배혜정 기자

공공운수노조·연맹이 최근 산하 107개 공공기관 노동자 8만4천여명의 대정부 협상과 투쟁을 이끌어 갈 공공기관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박용석(55·사진) 초대 본부장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대림동 노조·연맹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공공기관노조의 투쟁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때 대정부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간 대정부 협상 창구 역할을 해 왔다.

- 공공기관사업본부 출범 배경은.

"공공기관은 사용자가 정부라고 하는 거대한 집단이다. 교섭이나 사업이 중앙집중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대정부 교섭의 전망을 갖지 못하다 보니 현장은 현장대로 답답해하고, 이런 답답해하는 마음이 공공운수노조·연맹 산별운동에 대한 일말의 불신으로 와 닿는 실정이다. 노조·연맹의 당면한 주요 과제는 공공기관 사업을 안정시키고 대정부 교섭의 전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공공기관사업본부가 출범하게 됐다."

-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핵심적인 부분을 제외했다. 노사관계 선진화 문제와 공공서비스 민영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나.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을 계승하면서, 우회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공공부문 정책은 관료들만의 생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투쟁이 국민에게 정당성을 검증받아야 하듯이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도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확인받아야 한다. 어떤 부분이 공공부문 정책에서 불가피한 것이며, 낙하산 인사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인력 문제는 어떻게 할지 사회적 공론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몽땅 빠져 있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서 이명박 정부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 공공기관 노조들의 현황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 5년을 경과하면서 공공기관 노조들 사이에 타성이 만연해 있다. 연대보다는 개별화, 투쟁보다는 양보교섭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싸우는 곳은 목숨 걸고 싸우고, 그렇지 못한 곳은 개별적으로 후퇴한다. 공공기관노조들은 하나의 지침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필연적으로 연대와 단결이 요구되는데, 타성과 개별화 양상이 합쳐지면서 공공부문 산별운동이 결정적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본부의 사업도 대단히 많은 변수를 안고 있다. 다만 노조·연맹이 현장의 관심과 대정부 교섭을 끌어낼 수 있는 전망을 가진다면 빠른 시일 안에 노조·연맹의 사업과 공공산별운동을 안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투쟁이 국민에게 정당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공공기관 투쟁은 국가권력과 싸우는 것이다. 공공기관 노조의 투쟁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대정부 협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도·가스·지하철 노동자들의 싸움이 해당 조직만의 싸움이 아니라 대국민 서비스를 높이는 싸움이 돼야 한다. 국가권력이 공공부문의 기능을 축소하고 구조개편을 통해 상업적 효율화를 지향하고 있다면 우리는 반대 명제로 붙어야 한다. 우리의 요구를 사회적 요구로 높이는 것이다. 우리의 힘은 국민여론과 사회적 정당성이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언론 등 다양한 우군을 만들기 위한 질 높은 연대활동이 필요하다."

- 본부의 하반기 주요 사업계획은.

"예산편성지침·경영평가·인력운용·정년연장·민영화 등 5가지 주요 의제가 있다. 각각을 별개로 볼 게 아니라 사업을 통일시키는 게 중요하다. 현장과 교감하고 정부와 확인작업을 거치면서 싸움이 개별화되고 분리되지 않도록 모아 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철도 민영화 싸움은 공공기관 노조의 입장에서는 순망치한이다. 철도공사는 가장 큰 공기업이고, 철도의 현안은 전체 공공부문의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철도 구조개편 문제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다. 수서발 KTX 노선이 효율화 방안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역독점을 심화시키고 방만경영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철도 민영화 싸움을 엄호하면서 승리할 수 있도록 현장과 연대하고, 국민 저항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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