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기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직업병 피해자 산재인정을 위한 다섯 번째 집단 산재신청을 했다.

반올림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에 삼성반도체 출신 노동자 8명과 삼성LCD 출신 노동자 2명에 대한 산재를 신청했다. 질병으로 분류하면 유방암 4명·뇌종양 1명·융모상피암 및 난임(불임) 1명·갑상선암 1명·폐암 1명·백혈병 2명이다. 이들 중 9명이 여성인데 모두 20대와 30대에 암이 발병했다. 남성노동자 1명은 50세에 백혈병이 발병해 지난해 8월 숨졌다.

반올림에 따르면 신청자 2명은 1심에서 산재 승인을 받은 고 이숙영씨와 같은 공장·라인에서 일했던 동료다. 근로복지공단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이숙영씨의 산재신청을 불승인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6월 업무상재해로 판결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에서 맞교대로 일했다. 이날 산재를 신청한 두 명도 이들과 같은 공장에서 일한 동료로 각각 유방암과 갑상선암에 걸려 투병 중이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이마무개(30)씨는 뇌종양으로 숨진 고 이윤정씨와 같은 공장에서 같은 작업을 했다. 이씨는 고인처럼 뇌종양을 앓고 있다. 반올림에 따르면 2008년부터 시작된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접수 후 해당 공정 출신 뇌종양 발병자가 4명이나 된다.

반올림은 이날 오전 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픈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 증거를 요구하지 말고 신속히 산재를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란 공인노무사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 죽어 가기 전에 공단과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LCD 노동자들의 뇌종양 위험에 대한 역학조사와 작업환경 유해요인에 대한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2007년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집단 산재신청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금까지 39명이 산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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