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인 협동조합운동의 부흥을 이끌었다. 시장 자본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대안경제운동으로 사회적 경제조직인 협동조합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실제로 거대기업들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지만 세계의 협동조합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2년 협동조합 활성화에 대한 권고 193호를 채택하고 미래의 위기를 방지할 수단으로 협동조합 활성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두 운동의 결합은 가능할까.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21일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이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한다면 또 다른 경제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황선자 중앙연구원 연구위원과 최영미 전국실업단체연대 정책위원장이 공동으로 연구해 중간발표로 내놓은 '노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보고서가 던지는 시사점이다.

노동조합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은 '한 몸'

보고서에 따르면 태초에 노동조합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은 한 몸이었다. 최초로 성공한 근대적 협동조합은 영국의 파업노동자들이 만든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이었다.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노동자들은 생산자로서 사업장 안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정했다. 동시에 소비자로서 기업의 이윤추구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과도한 생활비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생활을 지키는 조직인 협동조합을 건설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20년대부터 노동자와 농민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이 결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태생이 같다. 최초의 전국 규모 노동단체인 조선노동공제회는 1921년 우리나라 최초의 소비조합인 '조선노동공제회 소비조합'을 설립했다. 원산총파업을 주도한 원산노동연맹 역시 협동조합운동을 핵심사업을 설정하고, 의료생협·공제조합·신용조합 등 거의 모든 형태의 협동조합을 활발하게 운영했다. 70년대 동일방직과 원풍모방·대한전선에서도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이 펼쳐졌다. 한국노총은 지원본부를 설치해 사업장의 협동조합 사업을 도왔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 최대 운수회사인 우진교통은 경영진의 부실경영으로 인해 2004년 29억원의 자본금이 잠식됐다. 부채도 50억원에 달했다. 노동자들은 2001부터 2004년까지 제 날짜에 임금을 받은 게 딱 두 번일 정도로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겪었다.

2004년 7월 노동자들은 171일간 파업을 벌인 끝에 회사를 인수했다. 회사를 인수한 뒤 노동자들이 세운 첫 번째 목표는 회사의 투명경영과 고용안정이었다. 회사는 비정규직(경영관리팀)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부채를 갚는다는 명목하에 임금삭감을 비롯한 허리띠 조르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차고지를 팔고 조합원 출자를 통해 은행 빚과 사채를 해결했다. 투명경영과 이를 통한 경비 절감으로 회사는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한 지 불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가스안전공사노조는 2006년부터 6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 말 식당·매점 운영과 여행업·사무용품 공동구매를 하는 직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최영미 정책위원장은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막혀 있는 조합원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더불어 정체상태에 있는 노조운동을 새롭게 전환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이 가진 노동조합운동의 잠재력

최근 협동조합운동이 각광받는 이유는 자본주의 위기에 대응한 대안적 사회경제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선자 연구위원은 "위기에 직면한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와의 연계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협동조합운동은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조직화 전략으로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운동이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공장 안 경제투쟁에서 지역 연대투쟁과 생활경제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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