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차등 또는 정액지급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 도입을 논의해 온 민관합동기구 국민행복연금위원회(위원장 김상균)가 17일 이러한 내용의 최종 합의문을 발표했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쟁점을 해소하지 못해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종료한 것이다.

◇대통령 공약·인수위 안보다 후퇴=국민행복연금위의 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 공약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노후빈곤 방지라는 기초연금의 본래 취지보다 재정안정을 감안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일제히 "공약 파기"라고 반발했다. 국회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행복연금위가 제시한 안을 보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 △70%에게 국민연금 금액에 따라 차등 지급 △80%에게 20만원 정액지급 등의 내용으로 나뉜다. 연금위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차등해 지급하는 안이 다수안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기준이 국민연금을 받는 금액에 따라 책정될 경우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가입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연금을 오래 납부한 사람일수록 기초연금을 더 적게 받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탈퇴러시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연금 성실 납세자 형평성 논란=노인 하위 80%에게 20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안은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동안 노동계는 '정액 지급 방안'을 도입하자고 주장해 왔다. 연금위는 이 안을 복수안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차등지급 방안을 채택할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 제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복수안을 통해 민주적인 의견수렴인 양 포장하지만 결국 이번 안은 공약후퇴를 위한 퇴로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공약 불이행이라는 정치적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제공해 개악수순을 밟의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연금위에 참가한 위원들 대부분은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복지부가 하위 70% 노인들에게 차등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상균 위원장은 공약파기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만든 6개월 전과 현재의 경제상황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며 "전액 세금에 의해 조달되는 기초연금이 자칫 경제성장에 주름살을 만들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재정안정에 따른 기초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다음달 정부안 마련, 국회 진통 불가피=이날 합의문에는 전체 13명의 위원 중 연금위를 탈퇴한 민주노총·한국노총·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노동자·농민 대표 3명 중에서 민주노총 대표를 뺀 12명이 서명했다. 한국노총과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정액지급 방안이 위원회의 복수안 중 하나로 들어가자 합의안에 서명했다.

한국노총과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기초연금에 대한 문제의식은 민주노총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노동계가 요구한 '80% 노인에 20만원 정액지급' 안을 공식적인 복수안으로 채택하기 위해 서명에 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하지 않도록 하고, 정액지급안을 관철하기 위해 입법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연금위 논의결과를 토대로 소요재정을 추계해 기초연금 정부안을 다음달 중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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