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국에서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1천2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세계적으로 삼성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애플도 한국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비해 판매량이 10%도 되지 않는다. 세계적 소비흐름과 비교해 보면 한국 사람들의 삼성 사랑이 대단하다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국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만드는 노동자들도 그 사랑만큼 행복하게 일하고 있을까. 얼마 전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노동자의 노동실태를 보면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삼성전자에 세라믹칩과 안테나를 납품하는 아모텍이라는 기업에서 일하던 임아무개씨는 지난 3월23일 과로로 숨지기 전에 97일간 1천32시간을 일했다. 주 75시간 넘게 일한 셈이다.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돼 있는 자동차산업에서도 주 60시간을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12시간 맞교대로 일하고 토·일요일 특근도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해야 가능한 노동시간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살인적 장시간 노동이 한 기업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부터 신제품 효과가 지속되는 시기까지 초장시간 근무를 한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납품하며 최종 완제품 조립까지 한 업체의 노동시간을 조사해 보니 주 77시간이 나오기도 했다. 과로로 숨진 임씨보다도 긴 노동시간이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들의 노동조건 문제는 장시간 노동이 다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IT기기들은 워낙 제품주기가 짧고, 계절에 따라 판매량 증감이 크다 보니 부품사들은 삼성전자가 원하는 물량을 제때 납품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극단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갤럭시S4가 올해 초 출시됐을 때는 주야 맞교대로 12시간씩 휴일도 없이 돌아가다가 신제품 효과가 끝나고 물량이 줄어들면 주 3일만 일하고 이틀은 휴업을 하는 식이다.

납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위장도급을 통해 불법파견 인력을 사용하는 것도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대규모 불법파견회사를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된 CS그룹 사건을 봐도 스마트폰 부품사들의 노동실태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CS그룹은 31개 불법파견회사를 차려 놓고 2천여명의 노동자들을 제조업 기업에 파견했다. 당시 파견인력을 사용한 기업들은 상당수가 경기·인천권에 있던 스마트폰 관련 부품회사들이었다. 스마트폰 부품사들은 물량변동에 따른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과 휴업을 반복하고, 그것도 안 되면 저임금 불법파견인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 공장에서의 산재사건과 달리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구미공장의 노동실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구미공장도 삼성의 다른 공장과 비슷하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성 노동자만을 고용해 고강도 노동을 시키고 결혼 전에 내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이 부품사에 비해 조금 높을 뿐 노동조건은 그다지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유연한 노동시간·저임금·불법파견이 일상화된 산업, 그리고 여기에 노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든 무노조 산업, 바로 이것이 한국의 대표 상품이 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만든 산업 실태다. 제품은 최첨단이 됐지만 그것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70년대와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스마트폰 산업이다.

해결 방법은 단 하나다. 이제 스마트폰 산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아모텍에 정부가 수시근로감독을 한다고 하지만 기업도 노동자도 이런 수시근로감독으로 현장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연쇄 과로사가 발생하고 그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돼도 시늉만 하는 정부가 십수만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스마트폰 산업 전체에 대해 규제를 할 리는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자동차산업은 그나마 노조가 현대차부터 1차 부품사까지 다수 존재해 산업 내 노동조건의 전반적으로 상향되는 효과가 있었다. 정부가 규제를 하거나 현대차 원청이 사회적 책무를 다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노동자들이 노조로 뭉쳐 투쟁으로 이뤄 낸 것들이다.

스마트폰 산업에도 이제 노조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갤럭시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첨단화된 사양이 아니라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보호할 노조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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