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지난 4일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는 교섭을 막으려는 현장 활동가들의 저항을 뚫고 ‘전주공장 별도협의체’를 열어 근무형태 변경에 합의했다. 핵심 내용은 상시 주간조(오전 8시~오후 5시)로 운영해 왔던 트럭부 근무형태를 ‘8시간(1조)+9시간(2조)’형태의 주간연속 2교대로 변경하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실시된 투표 결과(재적 대비 57.1% 상시주간조 유지 찬성)에서 보듯 트럭부 조합원들(886명)은 주간연속 2교대 시행을 반대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는 “적정 UPH(시간당 생산대수)를 확보해 안정적 라인운영을 하겠다”며 최종 합의를 선언했다. 문제는 이번 노사합의가 ‘심야노동 철폐’라는 주간연속 2교대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을 부정하고 있는 현대차에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그것도 노조가 앞장서서.

생명을 단축하는 노동조건 합의

 


전주공장 트럭부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잔업을 할 때는 오후 6시50분에 퇴근한다. 소위 ‘상시주간’ 근무다. 현대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를 논의한 이유는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야노동을 축소·근절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주간연속 2교대 합의서에도 2016년 3월까지 심야노동을 1시간10분 축소할 것에 합의했다. 따라서 심야노동이 없던 전주공장 트럭부 근무형태 변경은 주간연속 2교대 취지에 위배된다.

트럭부 노동자는 이제 1조는 새벽 6시40분까지 출근하기 위해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해야 한다. 2조는 새벽 1시10분에 퇴근하는 심야노동을 해야 한다. 근무형태 변경으로 생활패턴을 바꿔야 하며, 국제암 연구기구(IARC)가 발암물질로 규정한 심야노동에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 평균수명이 상시주간 노동자에 비해 13년이나 짧다는 독일수면학회 연구보고서처럼 수명도 단축되게 생겼다.

불법파견 부정하는 현대차에 면죄부

백번 양보해 현대차 주장처럼 “물량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신규인원을 창출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인정한다 치자. 그러나 사측의 불법파견을 노조가 용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재고돼야 한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는 “현재 공정업체 정규직 투입 건 → 사내협력업체 공정업체 정규직 및 촉탁직 투입”에 합의했다.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으로 본 사내하청 노동자를 ‘업체 정규직’으로 판단하고 논의한 것부터 잘못됐다. 중노위는 금속노조 전주비정규직지회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트럭부 5개 업체 중 4개 업체를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야 할 노조가 ‘직접생산 공정’ 사내하청 투입에 합의한 것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향한 테러다.

또 현대차 노사는 “V/UP 및 업무량조정 등으로 인원충원이 필요할시 충분한 업무인수인계 기간을 확보해 생산에 지장이 없도록 충원 또는 신규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이때 신규채용자는 직접생산라인 투입을 원칙으로 한다”는 단체협약 제44조(인원충원) 2항도 위반했다. 때문에 최소 299명의 사내하청·촉탁직 인력이 정규직 대신 투입되게 됐다.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불법파견 노동자 양산에 합의한 것이다.

사내하청 고용불안도 우려

이번 합의의 본질은 현대차 노사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불법파견과 단체협약을 부정하며 트럭부 노동자 건강권을 악화시키고, 비정규직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대신 물량보존과 고용안정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2007년 상시주간조로 운영하던 버스부를 생산량 대응을 위해 주야 맞교대로 전환했지만 넘쳐난다는 물량은 어느 순간 없어졌다. 오히려 물량축소로 사내하청 노동자가 해고됐다. 그런데 물량보전과 고용안정을 책임지지 못한 현대차는 노동자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합의도 버스부 교대제 전환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또한 현대차는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정규직노조)도 전주공장 사내하청을 합법도급으로 인정했다며,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가 요구하는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는 과도하다고 선전할 것이다. 사측은 5일 불법파견 7차 실무교섭에서 “법 판결이 명확하게 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채용할 것이며, 이후 법원이 판결하면 따르면 될 것 아니냐”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현대차 전주공장 별도협의체의 최종 합의는 노동자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다. 10년 동안 불법파견 투쟁을 한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며 불법을 용인하는 것이다. 이런 합의는 당장 폐기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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