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여성의 고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이 성공하려면 ‘저질 일자리의 늪’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노동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전략 국제콘퍼런스’에 토론자로 참석한 프란체스카 베티오 이탈리아 시에나대 교수는 “시간제 근로를 활용한 고용 확대전략이 일정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지만 유의해야 할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베티오 교수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8년까지 유럽연합 27개국에서 1천150만개의 여성 일자리가 증가했다. 이 중 절반이 시간제 일자리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도 여성 시간제 일자리가 120만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일제 일자리는 200만개 감소했다.

베티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시간제 근로 확대는 육아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유럽 고용전략의 핵심요소였는데, 경제위기 기간에는 ‘일자리 나누기’ 전략의 일환으로 사용됐다”며 “그런데 국가별로 시간제 근로 확대에 따른 결과는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덴마크의 경우 기존의 유연안정성 모델과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독일은 하르츠 개혁 이후 저임금 고용에 대해 사회보험료를 감면해 주는 ‘미니잡’이 활성화되면서 시간제 근로 확대로 이어졌다. 이탈리아는 노동시장 규제완화와 함께 시간제 근로가 늘었다는 평가다. 베티오 교수는 “독일의 시간제 근로는 미니잡이라는 저임금 일자리의 함정에 빠졌고, 이탈리아에서는 비자발적인 시간제 근로의 비중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베티오 교수는 유럽 국가의 시간제 근로 확대전략이 성평등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는 “2000년대 유럽연합의 시간제 근로 확대전략은 보육을 보조함으로써 여성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며 “남녀의 가사분담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맹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시간제 근로 확대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고용 확대와 남녀 가사분담 확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베티오 교수는 “정부의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고, 여성근로에 대한 조세혜택과 근로장려세제(EITC)가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