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금속노조 SJM지회(지회장 김영호)는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기획탄압의 대표적 사례다. SJM 사측은 지난해 7월 말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용역폭력을 동원해 조합원을 폭행했다. 새벽 야음을 틈타 벌어진 이날의 유혈 폭력사건으로 조합원 4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59일간에 걸친 SJM 투쟁은 이렇게 촉발됐다. 직장폐쇄 기간 동안 사측은 조합원들을 개별접촉하며 현장에 복귀하라고 회유와 협박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이 극소수였을 정도로 사측의 노조파괴에 대한 공분은 컸다. 물러섬 없는 지회의 투쟁과 지역노조의 연대, 언론의 집중조명, 그리고 물량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측은 59일 만에 직장폐쇄를 풀었다.

현재 용역깡패를 동원한 컨택터스 책임자와 SJM 노무관리 이사는 법원의 판결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국회 차원에서 창조컨설팅과 컨택터스가 벌인 노조 무력화 시도를 방지하기 위한 경비업법 개정안, 이른바 ‘컨택터스법’도 발의되는 부수적 성과도 거뒀다.

회사가 만든 기업노조가 여전히 살아 있지만 조합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직장폐쇄 전 266명이던 지회 조합원은 231명으로 조금 줄었다. 하지만 사측과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와 기업노조 설립을 감안하면 여전한 조직력이다. 김영호 지회장은 “조합원들은 용역폭력에 따른 상처보다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크다”며 “조합원의 다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어용노조를 해체하고, 정상적인 노사관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상자 인터뷰] 김영호 금속노조 SJM지회장

"기획탄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성 말살"


- 노조파괴 사태 이후 사측 노무관리 방식이 달라졌나.

“노무관리자가 2명에서 5명으로 대거 늘었다. 특이하게 생산부서에도 노무관리자를 뒀다. 아직까지 크고 작은 현안에 쉽게 의견일치를 보지 못할 정도로 노사신뢰가 무너져 있다. 직장폐쇄 사태 이후 지회에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회 스스로 분임토의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노사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노조운동 방식을 고민 중이다.”

- SJM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지회의 향후 조직화 계획은.

“기업노조는 그 어떤 상급단체도 두지 못할 만큼 정상적인 노조가 아니다. 회사 스스로도 자신들이 만든 사생아라고 표현할 만큼 잘못된 악법이 낳은 희생양이다. 어용노조를 악용해 노조를 탄압하는 방식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라도 기업노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어용노조를 이용한 기획탄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성 말살에 있다. 용역깡패의 폭력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은 동료들의 배신행위였다. 고용불안이 극대화된 시기에 인간적으로 친밀했던 동료가 조직을 이탈해 탄압자의 편에 섰을 때 느꼈던 배신감은 정의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SJM 사태 1년이 다가오지만 아직 생산현장에서는 지난해의 상흔이 남아 있다.”

- 기획탄압을 주도한 창조컨설팅은 공인노무사 자격취소 3년과 법인설립 취소 조치만 받았을 뿐인데.

“아직까지 직장폐쇄가 정당한지 부당한지에 대해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늦어도 8월에는 판결이 나올 것 같다. ‘창조컨설팅 시나리오’는 사라지지 않고 진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돈과 불법적인 권력이 있는 한 암세포와 같이 소리 없이 제2·제3의 창조가 자라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