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앞으로 3년간 운영될 새로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가 고시됐다. 7월1일부터 시행될 새로운 고시 내용에 대한 평가와 바람직한 유급 근로시간면제 제도운영에 필요한 조건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해 본다.

도입 당시만 해도 타임오프는 나름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과거 무급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임금이 아닌 급여를 받았다. 전임자가 받아 온 급여는 넓게 보면 단체협약으로 약속한 편의제공에 불과하다. 같은 금액일지는 몰라도 전임자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타임오프는 노조활동만 전적으로 하면서도 "임금의 손실 없이" 그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법률적으로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전임자는 체불임금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요구하거나 체불임금확인 등 간단한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하다.

불안정한 지위가 법률적으로 보장된 지위로 올라선 것이다. 과거 무급전임자에 대해 법원은 휴직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해석했다. 산업재해와 세부적인 노동조건 또한 휴직자와 동일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유급전임자의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법에 근거한 판단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현장의 노조 대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는지 알고 하는 소리냐고 반박한다. 실제 노조 사무실이 회수당하고 전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했다. 상급단체 파견전임자는 그 흔적을 찾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타임오프를 초과해서 사용했다는 이유로 그에 상당하는 임금을 반환하라는 소송까지 당했다. 그야말로 힘든 기간이었다.

그렇기에 아마도 많은 이들은 이번 새로운 고시에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으면 하는 기대가 많았을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새로운 고시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현재와 같은 타임오프 제도는 원래 법이 예정한 모습이 아니다. 전임자의 활동을 법으로 보호하고 특히 소규모 사업장 노조의 단결권을 보장하려던 게 타임오프 제도의 원래 취지였다. 이러한 목적이 엇나가게 된 원인을 찾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가 갖고 있는 흠보다 이를 집행하는 자들이 제대로 입법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지난 기간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노조활동은 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고시에서 정한 시간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감독기관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고시에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담더라도 감독기관이 지켜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타임오프 제도의 바른 모습은 고용노동부가 이 같은 잘못을 솔직하게 밝히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고시에서 정한 타임오프만큼은 지켜지도록 행정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 사업장 전임자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노동3권이 절실한 사업장을 지켜 주는 노동부 원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노조가 사용자에 맞서 자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의 첫발은 행정해석(매뉴얼) 변경에서 시작된다. 법을 지키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금까지 몇몇 중요한 해석은 법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 그 자체였다.

사업과 사업장에 관한 해석은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사업장을 사업의 하위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사업장별로 노조가 구성돼 있더라도 하나의 사업에 속한다면 타임오프 또한 개별 사업장이 아닌 사업 단위로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물론 그 같은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노조법 이외에서 양자의 관계를 명문으로 정하지 않는 경우에나 필요한 해석이다.

그러나 노조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수 등을 고려해 유급전임자를 둘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해석의 여지를 찾을 수 없다. 사업장과 사업을 대등하게 본 것이다. 따라서 사업장이 여러 곳 있는 사업일 경우 사업장마다 각각 타임오프 한도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7월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고시는 사업장마다 적용해야 한다.

노동부가 조만간 새로운 고시에 맞춰 일부 행정해석을 변경하겠다고 한다. 희망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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