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배분을 둘러싼 복수노조 간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복수노조의 타임오프 사용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는 탓에 노·노 또는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 사건' 대부분이 유급 노조전임자에 대한 차별행위 문제로 발생했다. 이는 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예상됐던 상황이다. 각 노조별 조합원수가 아니라 전체 사업장의 조합원수로 타임오프 총량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노조법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지만 고용노동부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통해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조직돼 있는 경우 각 노조의 조합원수를 합해 전체 조합원 규모에 따라 노사가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에서 타임오프의 총량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부는 교섭대표노조에 더 많은 타임오프 한도를 인정해 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타임오프 한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공정대표 의무 위반 차별시정권을 가진 노동위의 판정까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대양운수 사건을 통해 "소수노조에 대해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전혀 부여하지 않고 교섭대표노조에게만 부여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이어 평안운수 사건에서도 경기지노위는 "소수노조도 교섭 요구사항의 준비나 고충처리 같은 노조활동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정한 근로시간 및 면제자수를 배분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평안운수 재심에서 "교섭대표노조(조합원수 390명)가 사용자와 교섭과 협의를 전담하기 때문에 소수노조(14명)에 타임오프 한도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사회통념상 조합원수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며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초심 결정을 취소했다. 중노위는 또 진흥고속 재심에서 "조합원수 100인 미만 노조는 전임자 조항을 적용제외하도록 규정한 단체협약이 특정 노조에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차별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한국노총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개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노조별 타임오프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단협 체결주체가 각 노조이고 각 개별노조가 독자적으로 노조활동을 한다는 점에 비춰 개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타임오프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는 "복수노조 타임오프 배분은 노사 또는 노조끼리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합원수에 비례해 타임오프 한도를 나눠 쓰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교섭대표노조에 타임오프 대상업무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 분할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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