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산업이 처한 위기를 알리고 활성화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금속노조와 민주당 오영식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김기준 의원(정무위원회)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조선산업 활성화와 고용안정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노동계·학계·전문가·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조선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제불황에 몸살 앓는 조선업=세계적 불황 여파로 조선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중소 조선소는 20여곳이 잇따라 도산해 현재 7곳만 남아 있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신음하고, 조선소가 몰린 경상남도·전라남도의 지역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조선업 종사자수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16만명에 달한다. 조선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다른 주력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도 높다. 조선업은 매출 10억원당 12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자동차산업은 10.7명, 반도체산업은 4.3명, 석유화학산업은 2.1명이다.

이렇듯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임에도 불황에 맞설 일자리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허민영 부경대 교수(경제학과)는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대책' 주제발제를 통해 "앞으로 조선부문 일자리 감소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채권단 요구에 따른 구조조정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이 전무하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이어 "정규직뿐 아니라 법과 제도에서 배제된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에 대한 일자리 대책도 시급하다”며 "지금부터라도 노사정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일자리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 조선소 위한 별도 대책 필요"=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소 조선소를 위한 별도의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양 연구원은 '중소조선산업 현황과 과제' 발제를 통해 "현재 남아 있는 7곳의 중소 조선소도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위기 원인으로 △호황기의 무분별한 투자 △예상치 못한 불황과 수주 침체 △KIKO(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를 꼽았다.

양 연구원은 "외부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중소 조선소가 존속하지 못할 경우 대형 조선소는 물론 연관된 기자재 산업의 피해도 커지는 만큼 정부는 중소조선특별기금을 조성하는 등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미래 산업동력을 찾기 전에 경쟁력 있는 현존산업을 지키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형·중소 조선소 공존생태계 만들어야"=선박대금 지급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선업계는 '헤비테일'(Heavy Tail) 대금지급 방식으로 계약을 한다. 선주가 배를 인도받을 때 금액 대부분을 지급하는 것이다. 때문에 제작비용은 업체가 조달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작업공정에 필요한 제작비 중 80%는 사채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진수 금속노조 STX조선지회장은 "세계적 경제불황 이후 선수금 유입이 감소하면서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자금 대출 또는 차입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금융부문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쟁상대인 중국·프랑스·핀란드·노르웨이 등 주요 조선국가들은 국책기관 보증과 민간은행 참여로 제작비용의 80%까지 지원받는다. 박 지회장은 "제작에 들어가는 금융지원을 현실화하고 헤비테일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대신해 나온 최규종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대형 조선소·중소 조선소가 공존할 수 있는 조선해양산업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세계 1위 조선업의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금융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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