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개 지방의료원들은 노숙자/장애인·노인·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것은 물론 병원의 입지와 지역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공공의료 서비스도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의료원이 지난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이동치과 사업’. 서울의료원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계기로 지방의료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특별위원회(국정조사특위)를 출범시켰다.

지방의료원에는 약자들이 모여든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몸이라도 덜 아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손해나는 것도 용납됐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은 가난한 이들에겐 날벼락이었다. 지방의료원에 대한 논란은 전국적 이슈가 됐다. 과연 지방의료원은 어떤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앞서 지방의료원 실태와 쟁점사항을 살펴봤다.

어서오십쇼, 노숙환자를 환영합니다

지난해 9월 어느 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전화 한 통이 울렸다. 18년 전 수원병원에 입사해 응급실 원무과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원섭(42)씨가 전화를 받았다.

“노숙환자가 쓰러져 있는데 받아 줄 수 있나요? 환자가 의식을 잃었어요. 8개 병원이 연달아 퇴짜를 놓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이씨는 다급한 목소리의 119 구급대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빨리 오세요. 그런 분들을 위해 있는 병원입니다.”

구급차에 실려 온 50대 후반의 노숙환자는 술 냄새와 악취에 휩싸여 있었다. 이씨는 환자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노숙을 하게 된 경위와 가족관계·병력 등을 물었다. 이씨는 수원병원에서 노숙환자 입원 수속을 담당하고 있다. 사연도 가지가지다.

"사업에 실패했거나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노숙환자들이 갑자기 쓰러지면 갈 곳이 어디 있겠어요."

수원병원에는 하루 평균 2~3명의 노숙환자가 찾아온다. 지자체별로 노숙인 재활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새 그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노숙환자를 받아 주는 의료기관이 거의 없어서 수원뿐 아니라 화성·안양·군포·용인에서까지 노숙환자들이 찾아온다.

사실 병원 입장에선 노숙환자는 골칫거리다. 무료치료를 해야 하고, 병원을 찾는 다른 환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환자가 별도의 수용시설이 없어 다인실에 입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방의료원에게 맡겨진 역할이라 일반 환자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노숙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이뤄지는 맞춤형 공공의료사업

노숙환자는 물론 장애인·노인·저소득층 등이 주로 찾는 곳이 지방의료원이다. 지방의료원들은 입지와 특성에 따라 지역사회에 맞춤형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은 2008년부터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매달 넷째 주 금요일에 ‘민통선 내 마을 이동진료’ 사업을 벌이고 있다.

휴전선 인근에 있는 해마루촌·통일촌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상이다. 이곳 주민들은 인근에 의료시설이 없고 교통도 낙후해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2009년부터 3년간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우리측 노동자들의 건강을 책임진 곳도 파주병원이었다. 파주병원은 6~7년 전부터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건강진료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은희 보건의료노조 파주병원지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고 불법체류 신분이 많아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의료원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는 가만히 있으면 소외계층이 방치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의료원은 의료급여 수급대상인 새터민에게 본인부담 전액을 면제해 주고, 건강보험 대상인 새터민에게는 본인부담금 30%를 면제해 주면서 진료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2009년부터 65세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에게 무료 틀니를 제공했다.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무료이동 치과인 ‘어르신 이동치과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7년차 치위생사 김유라(29)씨는 2년 전 해당 사업팀에 합류했다. 급여는 이전 직장에 비해 20% 정도 줄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일반 병원과 다른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가 없어 못 먹어 팔다리가 앙상했던 할머니가 틀니 때문에 살이 올라 저를 반겨 줄 때가 가장 기뻤어요. 가끔 손녀딸 같다며 편지를 손에 쥐어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장에 가 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싶습니다. 공공의료사업은 더욱 늘어나야 합니다."

적자로 몸살 앓는 '착한 병원들'

지방의료원들이 하는 사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익이 남지 않는 의료사업이라는 점이다. 되레 돈을 들여 치료해 주는 사업이 많다. 노인무료 틀니나 노숙환자 치료 같은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사업은 '사회적' 서비스이자 공공의료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대다수 지방의료원들은 적자에 허덕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경영현황을 보면 2011년 적자가 총 656억원에 달했다.

이들 지방의료원 중 전년 대비 흑자를 기록한 병원은 7곳에 불과했다. 이를 의료순손익으로 한정했을 때 흑자를 낸 곳은 김천의료원밖에 없다.

지방의료원의 설립 목적과 운영 방식을 보면 적자의 요인을 엿볼 수 있다. 지방의료원은 지역거점형 공공병원으로 주로 의료 낙후지역에 사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지방의료원의 85%는 긴급하게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다. 또한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대다수 지방의료원들은 민간병원들과 달리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진료과를 운영한다. 2010년 2월 기준 지방의료원의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개설률은 각각 80%, 100%였던 반면 민간병원은 각각 23.8%, 48.8%에 불과했다. 지방의료원은 동급의 민간의료원에 비해 입원 진료비는 71%, 외래 진료비는 74%가량 낮다.

이은희 지부장은 "지방의료원의 진료비가 싼 이유는 선택진료비가 없고 다인 병상비율이 민간병원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이사회에는 도의원과 민간·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비급여 수가 조정으로 과잉진료를 억제하는데 이는 주변 민간병원의 진료비 억제 효과까지 낸다"고 강조했다.

지방의료원의 의료급여 환자비율은 27.8%로, 민간병원 16.6%보다 높다. 이렇다 보니 지방의료원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적자가 느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인천시의료원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가량 늘었지만, 결산 결과 적자가 1.5배 이상 늘어나는 기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방의료원의 운영시스템은 환자를 많이 치료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얘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한 해에만 공공의료 수행을 통해 지방의료원 한 곳당 감수했던 적자는 평균 19억원이었다. 적자를 이고 가는 것이 지방의료원의 숙명인 셈이다.

꺼지지 않는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

지방의료원과 적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는 지자체마다 차이가 난다. 올 상반기 지방의료원은 사회적으로 가장 '핫'한 이슈였다. 경상남도가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폐업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진주의료원은 100년 이상 전통을 가진 국내 지방의료원 역사상 기능 전환이나 타 병원에 흡수된 것을 제외하면 최초의 폐업 사례로 기록된다.

경상남도는 지난 2월26일 누적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물불 가리지 않는 폐업 밀어붙이기가 시작됐다. 환자 강제 퇴원과 사망, 강성노조 프레임 등이 등장하면서 보건의료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결국 박성용 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이 폐업 논란이 시작된 지 한 달 보름 만에 경남도청 별관 통신탑 위에 올랐다. 고공농성 해제를 전제로 경상남도는 폐업을 유보하기로 했고, 노사 간 특별교섭이 시작됐다. 하지만 폐업 방침을 굳히고 교섭장에 나타난 경상남도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경상남도는 노조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병상·인력감축 등을 통한 흑자 시뮬레이션안도 거부했다. 노조는 14차례 교섭 끝에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교섭을 중단했다.

국회는 6월 임시회 개원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포함해 공공의료 강화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 가운데 이달 11일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경상남도 의회는 진주의료원의 설립 근거를 삭제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경상남도 의회의 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상태다. 국회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기관보고와 증인출석 등 국정조사를 강행하고 있다. 홍 도지사는 이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에 진주의료원 폐업은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헌법재판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조사특위는 다음달 12일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한다. 앞서 국정조사특위는 이달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상남도에 공식적으로 기관보고와 서류 제출, 증인·참고인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다. 홍 도지사는 증인 출석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홍 도지사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간끌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조사특위 소속 야당의원들은 이런 홍 도지사를 압박해 국정조사장에 세운다는 계획이다. 국정조사를 끝내 거부할 경우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홍 도지사와 해당 공무원을 고발할 예정이다.

민간병원은 지방의료원 대신할 수 없어

경상남도가 불도저식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인 데에는 국회 탓도 있다. 지난해 12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2월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르면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약을 체결한 민간의료기관도 지방의료원과 마찬가지로 공공의료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민간병원에 제한적이었던 공공의료서비스 영역이 개방된 것이다. 즉, 각 지자체장은 지역별 의료기관의 분포와 입지조건에 맞게 특정 공공의료 서비스를 민간병원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홍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공표한 것은 민간병원에 공공의료서비스를 맡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경상남도는 4월23일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서부경남 지역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취약지역 보건소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인이나 노인 등 특수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간병원이 지방의료원의 고유사업을 대체할 경우 본래의 취지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민간병원이 공공의료사업을 담당할 경우 공공의료서비스 역시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전염병 예방이나 응급의료센터 운영에 대한 비용이 오르고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도 해당 법률이 지방의료원 폐업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사용되는 것에 선을 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는 선진국에 비해서 10% 이하에 불과한 국내 공공의료기관의 부족현상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성 잣대 넘어서야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지방의료원을 중심으로 올바른 공공의료 기관 육성방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먼저 주무부처인 복지부부터 지방의료원을 효율성의 잣대로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해마다 지방의료원 운영을 평가하고 등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그런데 복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평가 수행을 민간업체인 삼일회계법인에 위탁했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 발표한 지방의료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지방의료원을 평가하며 △경영성과 △운영효율성 △재무건전성 만을 평가영역으로 삼았다. 이는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2011년 △전체 지방의료원 현황 △공익적 역할 설정 △공익적 역할별 결손액 추계를 지표로 지방의료원을 진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기존 정책 방향인 공공의료 기능 강화에서 ‘수익성 강화’ 메시지를 던짐에 따라 지방의료원의 이윤추구적 진료를 유도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지방의료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공의료 수행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한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폭넓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임성경 보건의료노조 수원병원지부장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도의회의 성향에 따라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이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난다”며 “의료복지에 대한 도의회의 나눠먹기식 예산 편성을 지양하고 정부는 공공의료 수행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익 민주당 의원 등은 최근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의료원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지방의료원의 경우 국가가 그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해 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김 의원은 “대다수 지방의료원은 공공의료사업 수행에 따른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앙정부가 지역거점 공공병원 발전에 기여할 실질적 방안 중 하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 교수는 "지방의료원 신축 등에 쓰이는 지역개발기금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등이 원금과 이자상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주민 대표에 의한 거버넌스를 실현해 지방의료원이 사회적 통제 속에서 진정한 공공병원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이목은 온통 국정조사에 쏠려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특위는 홍 도지사의 국정감사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달 4일부터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3개 지방의료원을 찾아 진주의료원 휴·폐업 과정의 문제점과 지방의료원 재정·경영 상태를 점검한다.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지방의료원들의 존폐 여부는 이번 국정조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스1]

진주의료원과 반대로 가는 서울의료원
보호자 없는 안심병원 등 새 사업 확장


폐업 논란에 휩싸인 진주의료원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것이 서울의료원이다. 적자를 이유로 존립 근거가 흔들리고 있는 진주의료원과는 달리 서울의료원은 오히려 적자를 장려(?)하는 서울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지방의료원 경영 현황을 보면 서울의료원의 적자는 149억1천100만원으로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진주의료원이 기록했던 적자(62억7천700만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서울의료원이 흔들림 없이 공공의료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한 곳에만 총 179억원의 운영금을 지원했다. 적자 보전에서 한발 나아가 새로운 사업을 위한 지원금까지 얹어 준 것이다. 같은 기간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과 마산의료원 두 곳에 18억원을 지원했다.

대다수 지자체의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은 건물 리모델링과 장비구입 등 시설을 확장하는 영역에 국한돼 있다. 서울시는 이에 더해 공공의료 수행에 따른 손실액까지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를테면 원가 1천원의 비급여 진료를 800원만 받도록 하고, 적자를 메워 주는 식으로 의료수가를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서울시는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아토피 없는 서울 △의료취약 계층 자궁경부암 치료 △학대피해 노인 진료비 지원 사업도 책임진다.

서울시는 올해 초부터 서울의료원에 별도의 예산 36억원을 지원해 간병인 없이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지키는 ‘보호자 없는 안심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공공성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서울의료원을 포함한 산하 시립 병원들의 공공성 강화와 경영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교수·연구자들이 참여한 ‘시립병원 개선 종합 TFT’를 꾸렸다.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1차 결과물이 공개될 예정이다.

구장회 서울시 시립병원운영팀장은 "서울의료원의 적자는 수가통제에 따르고 서울시가 요청한 공공의료 사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의 취임 이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여러 시도와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2]

시민의 손에서 태동하는 지방의료원
성남시립의료원 오는 11월 착공식


경상남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의료 축소 움직임과는 달리 지자체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태동하고 있는 지방의료원이 있어 주목된다.

주인공은 오는 11월 의료원 착공식을 앞두고 있는 성남시다. 성남시립의료원의 출발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구 시가지(중원구·수정구)에 있던 성남병원과 인하병원이 폐원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이 의료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곧바로 성남시립병원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그해 12월 전국 최초로 주민 1만8천595명이 참여한 ‘성남시립병원조례’가 발의됐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제동으로 시의회 통과가 무산됐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조례안은 2년3개월 후인 2006년 3월 시의회를 통과했고, 성남시는 2010년 7월 민선 5기 이재명 시장이 취임하면서 성남시립의료원 건립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성남시립의료원은 2017년 7월 개원 목표로 태평동 옛 시청사터 2만4천829제곱미터에 건축 전체면적 8만1천510제곱미터, 지하 4층 지상 11층, 22개 진료과목 501개 병상 규모로 세워진다. 지난 5월 기본설계가 끝났고, 현재 3개 응찰업체를 대상으로 시공사를 선정 중이다. 시공사 선정이 끝나면 11월 중 착공한다.

성남시는 병원이 완공되면 노인인구가 많은 구 시가지의 특성을 감안해 노인 혈관 및 관절 질환 전문병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최근 용역조사를 통해 타당성도 확보했다.

성남시는 시민의 손으로 탄생한 최초의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수익성보다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박경우 성남시 성남시립의료원 건립팀장은 “지방의료원에 대한 논쟁은 국가가 과거로부터 쌓아 왔던 의료에 대한 관점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며 “시가 공익을 위해 도로나 공원을 짓듯이 의료원이 설립되면 시혜적인 측면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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