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가 패닉에 빠졌다. 5년간 진행된 청주공항 민영화 좌초에 따른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정부가 또다시 밀실에서 재민영화를 단행한 탓이다. 국토부와 기재부는 박 대통령 취임 4일 전 2월21일 '청주공항 운영권매각 재추진'을 의결했다. 이해당사자인 충북도는 이를 뒤늦게 알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청주공항 민영화 재추진은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국민 동의 없이 효율성만 고려한 (기간산업) 민영화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한 약속과 정면배치된다. 9일 <매일노동뉴스>가 확인한 결과 새누리당은 "(청주공항 재민영화에 대해)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공약과 배치되는 재민영화 추진을 알았느냐'라는 질문에 "국토부가 답해야 할 사항"라며 즉답을 피했다. 국토부가 새 정부와 상관없이 추진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국토부 관계자들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오진으로 점철된 청주공항 민영화 = 청주공항 민영화는 최초로 공항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해 운영에 대한 독점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MB정부가 시도한 민영화 1호다. 하지만 매각과정 내내 여야의원 모두에게 “졸속 추진”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우려는 사실로 판명났다. 한국공항공사는 두 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청주공항관리에게 청주공항 운영권을 30년간 255억원에 넘겼다. 청주공항의 장부가치는 650억원으로 헐값·특혜 매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청주공항관리가 매입대금을 내지 못해 올해 1월 계약이 해지됐다. 매각이 끝나도 법적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청주공항관리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서 청주공항 매각해지 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항소를 제기했다. 청주공항관리 관계자는 "은행의 전산착오로 불과 1시간45분이 늦었고 미리 양해를 구했음에도 공사가 계약을 해지한 것은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이라며 "공항 재매입을 위해 국내 금융권 2곳과 계약을 맺고 외국유명항공사를 유치하는 등 준비를 갖춰 놓았다"고 말했다.

◇ 철도전문위원·인천공항부사장이 청주공항 민영화 의결 = 청주공항 민영화는 정부의 민영화 기조아래 첫 단추로 단행된 사례다. 항공과 철도는 다른 산업임에도 민간 전문가 박아무개씨는 철도와 공항 민영화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인천공항공사 부사장도 청주공항 재민영화를 위한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청주공항이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현재는 적자지만 항공수요 증가로 성장가능성이 높아 민간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었다. 청주공항 민영화 성과에 따라 다른 지방공항도 민영화하는 게 국토부의 계획이었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청주공항을 민영화 첫 사례로 성공시켜 국민 반발에 부닥친 철도·인천공항 민영화를 위해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주공항이 활성화되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각종 규제때문이다. 항공노선 결정권한을 독점한 정부가 인천공항 허브공항화 정책에 따라 국제선을 인천공항에 90% 이상 몰아준 점이 지방공항의 만성적자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주공항 민영화가 지방공항을 육성하기 위한 올바른 처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 새 정부 인천공항 지분매각 재시도 = 새 정부는 국민적 반발로 무산된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위해 법안 개정에 나선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4일 취임한 인천공항 정창수 신임사장은 "인천공항은 지분매각을 위해 사전단계로 설립한 곳이기에 지분매각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며 "정치권 논의를 거쳐 인천공항 민영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그 부분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야합의 후 지분 매각을 위한 사전 관계법의 개정을 선행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실패한 민영화정책에 대해 법적소송이 진행중임에도 청주공항 민영화를 재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움직임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지난 1차 매각처럼 청주공항 민영화를 통해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한미FTA를 통해 국제노선을 청주공항으로 유치해 공항을 일정 부분 활성화 시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미국은 중장거리 국제노선의 유치와 관련된 FTA협상 과정에서 인천공항 운영권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며 “청주공항 사례가 인천공항을 민영화 시키는 포석으로 이용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국회 국토위 새누리당 강석호 간사는 “(청주공항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한 상황으로 6월에 열리는 상임위에서 해당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청주공항 재민영화를 밝혀낸 국회 국토위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집권 여당조차 모르는 기간산업 민영화를 국토부가 대통령 약속을 뒤집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약속을 어긴 것인지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