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위원장 문진국) 중앙집행위원회 회의가 개회도 하지 못한 채 파행됐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 간부 30여명이 ‘노사정 일자리 협약’에 항의하며 중집회의 참관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중집위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한국노총은 4일 오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중집 회의를 열고 고용률 70%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활동을 보고하고 △사무총국 규정 개정 △시·도지역본부 조직운영규정 개정 등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이날 중집 회의는 르네상스서울호텔노조의 호텔철거 저지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렸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30일 한국노총·한국경총·고용노동부가 체결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에 대해 “절차와 내용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문진국 위원장에게 협약을 원천무효화하거나 협약서 내용상 근로조건을 하락시키는 6개 항목을 재논의해 삭제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위원장과 일부 중집 위원들이 금융노조 간부들의 회의 참관에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중요한 안건이 많았는데 중집 위원들에게 설명도 못하고 의견도 듣지 못했다”며 “르네상스서울호텔노조가 투쟁하는 상황에서 조직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 줬어야 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산별 회원조합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묵살하고 회의를 파행시킨 책임은 한국노총 집행부에 있다”며 “한국노총은 즉각 노사정 협약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회원조합의 의견을 처음부터 다시 수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중집은 열리지 않았지만 중집 위원들은 르네상스서울호텔노조 투쟁 승리를 위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국노총 산하 26개 산별연맹과 16개 시·도지역본부는 르네상스서울호텔 철거 저지투쟁과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 투쟁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해 끝까지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