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진행된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기업의 자산가치를 반으로 줄인 엉터리 재무제표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리해고 직전인 2008년 쌍용차의 기업가치를 재분석한 결과 7천9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는 회사측 주장과 달리 431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분석이 맞다면 흑자기업이 난데없는 경영상 이유로 구조조정을 강행한 셈이다. 그간 "정리해고를 하려고 회계를 조작했다"는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숫자 안 맞는'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8년도 쌍용차 회계감사조서를 법원으로부터 입수해 2일 공개했다. 회계감사조서는 기업이 회계법인에 감사보고서를 의뢰하기 전 각종 경영수치를 작성한 문서다. 회계법인은 회사측이 제출한 회계감사조서를 토대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다. 따라서 회계감사조서나 감사보고서에 인용되는 각종 수치는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회계감사조서에 명시된 쌍용차 유형자산 장부가액 총액은 8천748억원, 감사보고서에 적힌 유형자산 장부가액 총액은 7천991억원이다. 757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각각의 자산총액을 근거로 산출된 손상차손도 다르다. 회계감사조서를 기준으로 한 손상차손은 4천625억원,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한 손상차손은 5천176억원이다.

기업들은 고의적으로 재무상태나 영업실적을 악화시키는 방법으로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부풀리는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쌍용차의 경영상 위기를 보여 주는 지표로 사용된 감사보고서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처음부터 근거 없이 가공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던 안진회계법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전 차종 공용자산’의 장부가액을 감사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았다. 전 차종 공용자산은 프레스기계나 도장공정에 쓰이는 스프레이 분사기처럼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데 공용으로 쓰이는 자산이다. 회계감사조서에 공용자산이 1천357억원으로 집계돼 있음에도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를 제외했다. 회계분석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공용자산가치를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회계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7천500억원 상당 자산가치 축소 의혹=이처럼 엉터리로 작성된 2008년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쌍용차는 유형자산 규모는 총 8천677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9년 2월 한국감정원이 토지·건물·구축물·기계장치 등을 포함해 산출한 쌍용차의 재산가액은 1조3천283억원이다. 여기에 지부가 회계감사조서를 통해 산출한 기타자산(공구와 기구·차량운반구·비품 등)의 재산가액 산출액 2천922억원을 합치면 2008년도 쌍용차의 유형자산은 1조6천205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부의 계산이 맞다면 회사는 자산가치를 절반으로 축소한 뒤 이를 근거로 손상차손을 부풀렸다는 말이 된다. 이를 토대로 추산된 부채비율이 561%, 회사의 도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회사지구력은 0.17(한국능률협회, 0.3 미만이면 도산)에 불과한 것으로 외부에 공표됐다.

그러나 지부가 축소된 자산가치를 원상으로 회복해 재무제표를 재구성한 결과 쌍용차의 자산가치가 7천500억가량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축소된 금액을 당기순이익에 반영한 결과 7천96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회사측 자료와 달리 431억원의 흑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기준으로 당시 회사의 경영사정을 따져 보니 부채비율은 143%로 줄어들었고, 회사지구력 역시 0.69로 정상이었다. 2008년 말 국내 자동차기업의 부채비율은 기아차 178%, 지엠대우 184%였다. 쌍용차의 부채비율은 이보다 낮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쌍용차가 잘못된,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된 수치를 근거로 정리해고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쌍용차 회계조작에 대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노동계와 정치권의 국정조사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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