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임금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기본급이 낮고 수당이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와 맞물려 임금체계 개편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은 제도 시행에 앞서 임금체계 개편논의를 주문했다. 개정법이 시행되는 2016년을 앞두고 노동과 자본은 어떤 형태로든 ‘돈의 전쟁’을 벌여야만 한다. 통상임금 논쟁은 그 전초전이다. 통상임금 논란 자체가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수당으로 이뤄진 왜곡된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노사 모두 지금의 복잡한 수당체계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기본급이 낮으니까 노동자는 적정소득을 올리기 위해 잔업·특근수당과 연차수당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노동계가 이번 기회에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이 기존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손질하는 쪽에 맞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령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연공급제가 정년연장과 상충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직적인 임금체계가 장기고용을 어렵게 하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임금체계 개편은 필요하다”며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손질하고 임금직무체계를 혁신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연공급을 대체할 임금체계로 직무급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성과연동임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성과급이 대거 도입된 사무관리직군의 경우 지금도 실적과 조기퇴직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성과에 따른 차등을 크게 둔 외국계 은행의 한 지점장이 “실적 스트레스가 항상 머릿속에 빙빙 돌고 압박감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조직이 너무 힘들게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현실을 대변한다.

한 투자증권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성과급제가 시행되고 나서는 일부 본사 관리직을 빼고 정년을 맞은 사람이 거의 없다”며 “대개 50세 안팎에서 그만둔다”고 말했다. 현재 18개 시중은행 중 10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는데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는 55~56세가 사실상 은행원들의 정년이다. 성과와 연동된 임금피크제가 ‘제도화된 방출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구은회·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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