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다음달부터 집배원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본부는 집배원 1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시행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 도착시간 등 배달환경에 따라 정규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집배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근로시간단축을 위한 집배분야 유연근무제를 다음달 1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근무유형 6가지로 구분

우정사업본부는 이달 초 집배분야 유연근무제 운영지침을 각 지방청과 우체국에 하달했다. 문서에 따르면 새로 바뀐 근무유형은 모두 6가지다. 관서별 우편물 도착시간을 기준으로 기본과 A~E로 등 6유형으로 구분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본(오전 9시~오후 6시), A(오전 7시~오후 4시), B(오전 8시~오후 5시), C(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D(오전 9시30분~오후 6시30분), E(오전 10시~오후 7시)로 근무시간을 달리했다. 근무유형은 해당 청장이 지정하도록 했다. 현재 하루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이어 운영지침에서는 유형별 정규근무시간 이전에 근무했더라도 시간외 근무를 승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배달물량 증가 등 시간외 근무가 불가피하다고 관서장이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승인하도록 했다. 예컨대 기본유형에 해당되지만 오전 9시 이전 출근해 근무를 해도 시간외 근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해달라는 집배원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노조와도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합의 없이 일방적 추진”

그런데 이에 대해 우정노조(위원장 이항구)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려면 대상 근로자의 범위·기간·일별 근로시간 등을 노조 대표자와 서면합의해야 한다”며 “노조는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단체협약 23조에서 1일 근무시간을 9시~18시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에 유연근무제 전면철회를 요구한 상태”라며 “이를 강행한다면 단협 위반으로 고발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벌여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정사업본부의 유연근무제 강행이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유연근무제 운영지침에서 “유형별 정규근무시간 이전의 시간외 근무는 불허한다”며 “정규근무시간 이전의 시간외 근무는 없으므로 출근 등록이 불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우정노동자회 관계자는 “집배원의 98%가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하는데 출근시간이 오전 9시인 것을 모르고 그 시간에 출근했겠느냐”며 “1인당 업무량을 채우려면 조기 출근해야 저녁 7시쯤 일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과근무수당 줄여 적자 메우려는 의도”

이 관계자는 “조기 출근으로 지급했던 초과근무수당을 앞으로는 지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 적자를 메우려는 의도”라며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채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무량이 많아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 있는 집배원들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시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여의도우체국지부도 최근 성명을 내고 “우정사업본부가 이달 초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집배원 의견조사를 진행했지만 본부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이를 보완해 2차 의견조사를 실시했지만 수도권과 대도시 대부분의 집배원들이 유연근무제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본부가 유연근무제를 강압적으로 추진한다면 집배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물량이 많아 정규근무시간 이후 초과근무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외 수당을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