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서윤수(36)씨는 최근 임대인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서씨는 2년 전 권리금 2억7천500만원, 시설투자비 1억1천500만원을 들여 가게를 냈다. 보증금 4천만원과 월세 2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1년이 지나자 임대인은 월세를 300만원으로 인상했다.

몇 달이 지난 후 새로 들어온 임대인은 서씨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하지만 서씨는 법에 보장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점포 환산보증금이 3억4천만원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대상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임대차보호법은 지역별로 1억5천만~2억원(서울시는 3억원)의 환산보증금을 충족했을 때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보호해 준다.

서씨는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비현실적인 환산보증금 기준으로 인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을 환산보증금 기준으로 제한한 것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영세상인들의 상가임대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임대차보호법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와 민변·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민생연대 등은 20일 서씨와 함께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임대차보호법은 상가건물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2002년 시행됐다. 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12%로 제한하고, 건물주가 임대계약 체결 5년 이내에는 임차인을 내쫓을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런데 최근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가파르게 뛰면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들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상가의 25%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임대차보호법이 상가 임대료를 올리는 주범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월세 인상으로 환산보증금을 3억원 이상으로 올려 법 적용을 피해 가는 임대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영세상인들은 "현행법에 따르면 건물주가 의도적으로 사기를 쳐도 법에 하소연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국회에서도 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업주의 이익이 걸린 문제여서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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