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창립 초기에 내건 목표이자 노동조직의 대표적 형태로 자리매김한 대산별노조가 "무늬만 산별"이란 비판에 맞닥뜨려 있다. 대산별노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산별노조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소산별노조는 대산별노조로 가는 과도기적 측면이 강하지만 최근 들어 대산별노조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형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공공부문 소산별노조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 봤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교동 매일노동뉴스 회의실에서 '소산별노조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는 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조 위원장·김영호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류기섭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김상석 환경부유관기관노조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운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장이 맡았다.

 

 


사회 : 각 조직의 현황부터 설명해 달라.

이성우 : 94년 출범한 전국과학기술노조(과기노조)와 97년에 출범한 전국공공연구·전문노조(연전노조)가 2007년 통합해 지금의 공공연구노조가 됐다. 64개 지부에 조합원은 4천800여명이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인문사회계 정부출연연구기관,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지자체 출연기관 등이 있다. 조합원이 1명인 지부도 있고 480명이 넘는 큰 지부도 있다. 본부는 대전에 있고 절반 이상의 지부가 수도권에 있다.

류기섭 : 2009년 6월 정부부처 최초로 소산별노조인 노동부유관기관노조를 만들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의 노조들이 100% 다 들어와 있지는 않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는 10개 기관 12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수가 가장 많은 곳은 안전보건공단으로 1천명이 넘는다. 가장 적은 곳은 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 27명이다. 전체 조합원은 3천400여명이다.

김상석 : 환경부 산하에는 환경관리공단노조·환경자원공사노조·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노조·국립공원관리공단노조 등 4개 노조가 있었다. 환경관리공단과 환경자원공사는 한국환경공단으로 통폐합되면서 복수노조 사업장이 됐다. 이렇게 4개 기관 연대체가 10년간 운영하다가 노동부유관기관노조를 롤모델로 삼아 지난해부터 환경부유관기관노조 설립 준비를 했다. 올해 초 조직형태 변경 투표를 했는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노조는 찬성률 55%로 조합원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나머지 2개 기관 3개 노조가 먼저 환경부유관기관노조로 출범했다.

환경산업기술원에도 최근 노조가 만들어졌다. 올해 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노조와 환경산업기술원노조가 환경부유관기관노조에 합류하면 4개 기관 5개 노조로 어느 정도 틀을 갖추게 된다. 상급단체를 결정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조합원은 2천600여명이다.

사회 : 교섭 얘기부터 해 보자. 대산별노조도 교섭이 어려운 상황인데 소산별노조들의 교섭은 어떤가.

이성우 : 2006년 30여개 기관과 체결한 통일협약(단체협약) 만료일이 2009년 1월5일이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교섭이) 심상치 않다'는 정세판단에 따라 2006년 체결한 통일협약을 그대로 갱신했다. 교섭을 했다가는 더 악화될 것 같더라. 그런데 정부가 노동부 산하에 공공기관 노사관계과를 만들었다. 공무원 6~7명이 전국 공공기관들의 단협을 뒤졌다. 2009년 하반기부터 사용자측에서 '보충교섭을 하자', '갱신하자', '교섭 다시 하자'고 난리를 쳤다. 그중 제일 먼저 치고 들어온 곳이 노동연구원이었다. 박기성 당시 원장이 2009년 2월 단협을 해지했고, 그에 맞서 노동연구원지부가 100일 동안 투쟁을 벌였다. 이후 노동연구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단협해지 통보가 줄을 이었다.

올해는 이를 복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일협약을 체결한 과거 경험이 있음에도 교섭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공동요구안을 가지고 매년 교섭을 한다. 지부에서 추가할 내용이 있으면 단체교섭위원회를 거쳐 중앙집행위원회·중앙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중앙위에서 모든 교섭을 관장하고 있다. 합의안도 마찬가지다. 잠정합의가 됐을 경우 지부의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조합원 총회에 부치기 전에 중앙위 위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교섭이 지나치게 개악된 내용이 있거나 조합원들의 반대가 있는 경우에는 중앙위에서 투표에 부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부집행부가 독단적으로 처리한 경우도 있다. 최근 한 지부장을 제명 처분했다. 단협에 대해서는 지부의 자율성을 인정하긴 하지만 공동요구안과 중요한 원칙을 개악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방침을 어기면 엄격하게 처벌한다.

류기섭 : 2009년 노동부가 산하기관 단체협약을 분석하고 기관별로 서열화했던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부유관기관노조가 빠르게 결성됐다. 노조가 결성된 뒤 단협을 야심 차게 시작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기관장들 모임에 참여해 보려고도 하고 기관장들을 초청해 보기도 했지만 단 한 명도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당시 노동부 내에 '(노조가 초청하는 자리에) 나가는 기관장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 교섭은 거의 대각선교섭으로 이뤄졌다. 올해 위원장에 출마하면서 공약으로 지부별 공동단협을 얘기했다.

김상석 : 환경부는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노조를 탄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사용자측도 노조에 대해 우호적이다. 노조의 투쟁성이 약해서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노사나 노정관계는 좋은 편이다. MB정부에서 단협이 약화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노조의 경영참여나 인사권 참여에 대해 사측도 존중하고 있다. 단협에 없더라도 현안이 발생하면 협의체를 구성한다.

사용자들이 환경부유관기관노조 설립을 반긴 이유는 환경노동자들의 자긍심이나 소명의식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유관기관노조가 환경노동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하나의 타개책이라고 (사측도) 생각한 것 같다. 향후 노사정 협의체 구성에 대한 전망도 밝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교섭은 대각선교섭으로 진행될 것 같다. 사용자단체가 구성되지 않은 데다, 각 지부의 단협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형식적인 대산별노조 전환보다 질적 성장이 먼저”

사회 : 소산별노조는 대산별노조로 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과도기적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나.

이성우 : 2011년 6월 공공운수노조로 가겠다고 투표했는데 부결됐다. 그 후 조직발전특위를 만들어 소산별노조에서 대산별노조로 가는 중단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과도기적으로 소산별노조를 인정하고 지원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공공운수노조·연맹의 방침은 공공운수노조에 모든 연맹 조직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산별노조가 몇 개 더 생기더라도 협업체제로 같이 가는 식으로 결정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방침이 다소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공공연구노조의 대국회·대정부 투쟁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조합원들에게는 소산별노조 경험이 중요한데, 무조건 (몸집만) 키우다간 되레 산별 토대가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경험에 비춰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현장을 튼튼히 하면서 대산별 전망을 가져가야 한다. 지금처럼 정세가 복잡하고 법·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하나의 공공대산별노조로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하나는 소산별단위로 산별운영의 원칙과 정신을 공고히 다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소산별노조들이 모여 공동투쟁과 사업, 연대를 통해 정부와 크게 싸움도 해 보고 교섭도 해 봐야 한다.

공공운수노조의 규모가 6만~7만명이다. 아직 전체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대산별은 아니다. 우리가 한 번 실패해 봤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조직형식만 더 큰 노조로 가자고 서두르는 것은 조심스럽다.

사회 : 한국의 공공부문에서 영국 대산별노조와 같은 조직이 만들어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이성우 :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법·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말해 산별교섭이나 정부가 나오는 교섭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부문 산별운동은 정부와 끝없는 투쟁 속에서 진전해 나가는 것인데, 대산별노조 형식만 띤다고 해서 대정부 투쟁교섭력이 커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공공연구노조만 해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있고, 부처별로 복잡다양한 조직구조·특성·형태를 갖고 있다. 힘 있는 부처의 노조와 힘없는 부처의 노조 간 편차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도적으로 공공부문 산별노조들의 연대·연합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대산별운동은 사회 역학관계 속에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지금은 형식적인 전환보다 조직의 질적 성장이 중요한 시기다. 공공부문의 다양한 그룹들이 성격에 맞게 소산별노조든 중산별노조든 산별노조를 구축하고, 그 노조들이 힘 있게 뭉쳐 정부와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대산별노조로 잘 갈 수 있는 경로라고 생각한다.

류기섭 : 대산별노조로 가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가 출범할 때도 소산별노조에 머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당장 현실적 부분이 안 따라 주기 때문에 (대산별노조로) 갈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노조의 최종 목표는 대정부 교섭이다. 하지만 우리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이상 대산별로 공공기관이 다 뭉친다고 해도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금방 허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노동부유관기관·환경부유관기관·국토부유관기관 같이 직능단체별 소산별노조 운동이 먼저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이런 기초단계를 거쳐 대산별로 전환하는 게 맞다.

사회 : 한국노총과 공공연맹의 산별방침은 어떤가.

류기섭 : 불만이 많다. 총연맹이나 공공연맹도 표면적으로는 산별전환에 대한 부분을 얘기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볼 때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굉장히 약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연맹에 소산별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소산별이 기존에 갖고 있던 권리 부분이 저하된 면이 있어 그 부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환경부유관기관노조가 우리를 롤모델로 삼은 것처럼 다른 정부 산하기관 노조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소산별노조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김상석 : 장기적으로 소산별에서 대산별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합원 인식수준이나 국가 제도 자체가 기업별노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에서 대산별 이념을 내려보내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검토해 봐야 한다.

전국과학기술노조에서 공공연구노조로 이어지는 업종이나 지역 단위의 소산별 흐름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거기에 맞는 맞춤형 정책수요가 창출이 될 것이고, 그것이 내실 있게 다져지면 대산별에 가서도 업종별 협의체나 업종별 분과로 자연스레 수렴될 수 있다고 본다.

중앙 차원에서 (대산별 전환을) 강요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현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연맹도 2011년까지 노조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산별노조의 첫 출발인 공공연구노조가 불참하고 있고, 철도노조도 불참하고 있다. 4만명에 달하는 공공기관노조도 안 갈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운수노조는 사실상 비정규직노조가 돼 버린 것 같다. 사실상 실패 단계로 가고 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만 호소하고 있다고 본다. 자연스런 흐름을 억지로 이념이나 기치로 누를 필요는 없다.

“산별노조 인식 편차 커…간극 줄이기 위해 노력”

사회 : 조직 간 편차에 대한 고민도 있을 텐데.

류기섭 :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동부산하기관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연대나 조직적 대응을 함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직별 편차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인식의 차이에 있다. 지금 노동부유관기관 12개 조직 중에 민주노총 경험을 한 5개 조직은 그나마 산별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국노총 조직이었던 곳은 간부들조차 산별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도가 약하다. 산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간부들도 있다.

김상석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노조의 조직형태 전환이 부결됐는데, 조직편차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매립지노조의 임금수준이 높고 조합원이 200명밖에 안 되다 보니 (소산별노조에) 들어가서 아무런 역할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산별이 비정규직을 위해 정규직이 희생하는 걸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 같이 잘살 수 있는 상향식 평준화를 하겠다고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김영호 : 공공연구노조의 경우 조합원이 1명인 조직부터 많게는 480명이 넘는 조직까지 다양하다. 노조 역사를 봐도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지부가 있는가 하면 20년이 넘은 지부도 있다. 역사나 경험이 다른 만큼 산별에 대한 인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그런 차이를 뛰어넘기 위해 본부 상근인력들이 발품을 팔면서 뛰어다니고 있다. 현재 사무처 상근인력 3명이 64개 지부를 특성별·지역별로 나눠 담당한다. 지부의 상황이나 조합원 상황, 현황 파악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에 기반해 조직편차를 최대한 낮추는 방안을 찾는다. 사무처가 단협이나 내부비리 문제, 조합원 교육에 관해 매주 공유하고 계획하고 투쟁한다. 투쟁지부가 생기면 사무처 상근자들이 가서 시작부터 끝까지 투쟁을 함께한다.

중앙위원회는 매달 열린다. 지부에서 한 명씩 의결권을 가진 대표자들이 참여한다. 거기서 단협이나 대정부 요구, 지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공유하고 투쟁방향이나 지침을 마련한다.

사회 : 중앙위 구성에 대해 큰 조직에서 불만을 제기하지 않나.

이성우 : 불만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의원대회는 조합원 비율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김영호 : 꽤 오랫동안 중앙위원회를 유지·안착화했다. 480명 조직이 조합원 1명인 조직과 같은 표를 가지는 게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공유하고 있다.

사회 : 혹시 중앙위 결의사항이 대의원대회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있나.

이성우 : 산별전환 문제가 뒤집어졌다.

사회 : 공공부문 고용형태는 어떻게 되나.

이성우 :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구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만명 중에 1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20.1%인데 우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2.5배나 된다. 인문사회계는 비정규직 양태가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류기섭 : 노동부유관기관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데, 노사발전재단만 비정규직이 가장 많다. 노사발전재단은 노동부 위탁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사업비에 인건비가 포함되다 보니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아니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80~90명 정도의 비정규직이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무기계약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보고 있다. 처우 측면에서 정규직과 다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노조인 전국평생교육지부는 조합원이 100명 정도다.

김상석 : 환경부는 비정규직 비율이 굉장히 높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기관 자료를 보면 환경공단·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국립공원관리공단의 비정규직이 정규직 대비 50% 수준이었다.

정부부처에서도 힘이 약한 부처가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정부 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 실제 기획재정부에는 비정규직이 거의 없다. 환경부의 경우 사업은 하라고 하면서 정규직 직제를 주지 않으니까 비정규직만 자꾸 늘어난다. 이런 게 조직 내부에서 갈등요인이 된다.

우선 신분안정이라도 될 수 있도록 무기계약직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올해 어느 정도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무기계약직의 처우도 정규직 대비 80% 이상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환경공단의 경우 비정규직 형태로 있는 촉탁직 600~700명의 임금이 4~5년 동안 동결됐다. 정규직 대비 같은 비율의 임금인상률은 줘야 한다고 노조에서 요구하고 있다.

사회 : 고용형태를 질문한 이유는 노동부가 이달 말께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 위해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

이성우 :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일자리를 늘린다고 인턴 10%를 강제한 적이 있다. 구체적인 노동부 대책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나쁜 일자리에 밀어 넣는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조직은 안 그래도 비정규직이 50%나 되는데, 거기에 비정규직을 추가로 밀어 넣는다는 게 말이 되나.

류기섭 : 질 높은 일자리는 공공부문에서 창출해야 한다.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거나 고용을 늘리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할지 모르겠지만 국회 정책포럼을 준비하는 등 대비는 하고 있다.

김상석 : 소산별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건 기왕에 같이 근무하게 된 비정규직의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지, 가능한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환경부유관노조는 비정규직 환경노동자부터 챙기면서 그런 부분이 사회적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고용의 질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검토할 문제다. 소산별에서 고용의 질까지 대응하긴 어렵다고 본다. 낮은 단계에서 주변의 비정규 노동자들을 챙기는 것 위주로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소산별노조, 정책노조로 자리매김해야”

사회 : 소산별노조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성우 : 소산별노조든 대산별노조든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해당 사업장 비정규직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고용개선 추진 지침을 내렸을 때 노조에서 몇 가지 입장을 냈다. 첫 번째가 강제성을 띠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침만 내려놓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한다. 또 기관의 보고만 믿어서도 안 된다. 기관은 상시·지속적 업무를 간헐적 업무로 포장해 버린다.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과 처우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단협 개악 지침 내리듯이 한다면 뭘 못하겠나.

또 하나, 산별이라는 것은 결국 정책노조가 돼야 한다. 과학기술 현안이나 연구현장 현안에 대해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현장을 대표하면서 올바른 비전을 가진 정책대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교섭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일교섭·집단교섭의 형태가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전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손 놓고 있다. 결국 노조 힘으로 쟁취해야 한다. 공공연구노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함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잡다기한 조직들이 하나로 갈 수 있는 기풍을 만들고, 64개 지부 5천여명의 조합원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류기섭 :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되면서 노동운동이 상당히 약화됐다. 특히 소산별노조 운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소산별노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예산의 50%가 인건비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 부분이 풀리지 않다 보니 소산별노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성우 위원장 말씀대로 소산별노조가 정책노조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각종 연구사업도 해야 하고 토론회도 활발히 개최해야 하는데, 운영 면에서 뒷받침이 안 되다니까 답답한 부분이 있다. 향후 정책적인 부분을 키워 나가는 쪽으로 소산별노조 운영방향을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상석 :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많은 환경단체들이 지적했음에도 환경노동자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향후 환경 문제가 불거졌을 때 환경부유관기관노조의 입장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도록 제대로 된 정책노조를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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