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구청장 바꿔!"

"너 필요 없고, 구청장 바꾸라니까!"

서울시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A씨는 2011년 여름만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려 곳곳에 수해가 발생해 민원이 폭주하던 날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구청장을 바꾸라"는 항의 전화만 수십 통을 받은 날이었다. A씨는 "정신이 멍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려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했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14일 오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여자 노동을 말하다. 감정노동-사랑합니다, 고객님! 웃다가 멍든 우리들의 이야기' 청책토론회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감정노동자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고객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연출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콜센터 상담원·승무원·백화점 판매원 등 대인서비스 업종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감정노동자들이다.

여성의 경우 전체 취업자 1천만명 중 약 314만명(서비스 종사자 165만명, 판매업 종사자 149만명 등)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고객이나 민원인들이 욕설과 행패를 부릴 때에도 억지 미소를 지어야 한다. 감정노동자들 대다수가 '미소 우울증'을 앓게 되는 이유다.

이날 청책토론회는 감정노동 직종 중에서도 여성비중이 특히 높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여성노동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얘기하고, 여성노동자의 정신건강 점검, 고객 응대 매뉴얼, 고객에 의한 성희롱 방지 문제 등을 토론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토론회 이후 여성노동자를 위한 '고객 응대 매뉴얼 새로 쓰기'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숙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노동자의 상당수가 감정노동을 필요로 하는 저임금, 비정규직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들이 진정한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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