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가 9일 해고자들의 송전탑 농성 중단을 계기로 협상국면으로 전환될 지 주목된다.

해고자들은 이날 회사측을 상대로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했다. 쌍용차 문제의 핵심 쟁점이었던 국정조사 여부는 정치권의 과제로 넘어갔다. 이로써 회사는 정치적 문제라는 어깨의 짐을 다소 덜게 됐다. 해고자와 회사가 민낯으로 만날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고용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회사측이 해고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할 법적 책임은 없다. 따라서 교섭 재개와 교섭의제를 둘러싼 양측의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법적 교섭의무를 떠나 회사는 대화 재개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꽉 막힌 교착상태에서 노사가 묘수풀이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누가 교섭의 도화선에 불을 댕기느냐다. 해고자들은 정부가 적극적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고자들은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장관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사측과의 대화 테이블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노동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박화진 노사협력정책관은 “회사측에 대화에 나서라는 신호는 계속 보내고 있다”면서도 “해고자 복직플랜은 경영상황에 대한 회사의 판단을 전제로 하는데, (경영정상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하남 장관도 지난달 노동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사가 교섭을 벌인다면 당연히 지원하겠다”면서도 “경영정상화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내수·수출·CKD(반조립제품)를 포함해 총 1만2천607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2006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최대실적이다. 지난 3월 복직한 무급휴직자들이 대거 투입된 2라인에서 생산되는 코란도투리스모가 매달 1천대 이상 팔려나가며 실적을 견인했다.

쌍용차의 강세 차종인 렉스턴과 코란도스포츠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회사는 이들 차종이 생산되는 3라인을 오는 13일부터 ‘주야 2교대’ 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한다. 내년 연말에는 1라인에도 신차종이 투입될 예정이다. 쌍용차가 연간 16만대(월 기준 1만3천여대) 생산을 경영정상화의 지표로 제시해온 점을 감안하면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위원은 “쌍용차 경영회복의 기미는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노사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중재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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