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구성된 쌍용자동차 여야협의체를 보면 불안하다. 회의 내용과 결과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철저한 비공개 행보를 밟고 있다. 여야가 판박이다. 대화상대에 불만이 있거나, 진전된 내용이 있다면 조금씩 흘러나올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야 모두 "회의내용 비공개에 합의했다"고 말하곤 입을 닫는다.

기자의 자질 부족으로 치부하고 싶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쌍용차 여야협의체는 2월 임시국회 개최 여부를 두고 국정조사 도입을 대신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타협한 산물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최봉홍·이재영·원유철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홍영표·은수미·김기식 의원이 참가했다.

협의체 구성 당시 양당은 5월 말까지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열고 쌍용차 사태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9일 현재까지 협의체 회의는 단 네 차례만 열렸다. 두 차례 회의는 상호인사와 협의체 의제 설정으로 시간을 보냈고, 세 번째 회의에서는 파완 고엔카 쌍용차 회장을 국회로 불러 면담했다.

여야는 면담 자리에서 정리해고자 복직과 추가 투자를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협의체는 네 번째 회의에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들을 만나 쌍용차지부의 입장을 확인했다.

여야협의체가 네 차례 열리는 동안 밖에서 싸우던 노동자들은 점점 지쳐 갔다. 9일 철탑농성을 마무리한 두 해고노동자는 농성중단 이유로 정치권의 무관심과 건강악화를 꼽았다.

고공농성을 마무리한 쌍용차지부는 정부와 정치권·사측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이 배제돼 있는 여야협의체를 존속시킬 이유가 있을까. 여야협의체 존속의 이유가 없어진다면 사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은 국정조사가 돼야 한다. 국정조사가 해법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논의의 출발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은 협의체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새누리당도 대선 정국에서 국정조사 실시를 약속한 바 있다. 새누리당에서 국정조사를 반대했던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달 15일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여부는 해묵은 논쟁이 아니다. 정치권이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다시 출발점에 서는 용기와 체력이 정치인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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