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 변호사
(법무법인 시민)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나59376 해고무효확인 등

해고의 경위
원고는 2002년 3월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 학생 신분으로 행정조교로 학교법인(피고) 산하 경기대학교에 입사해 2003년 4월까지 교학2처에서 행정보조 업무를 담당했다. 2004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교무처에서 행정보조 업무를 담당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7년 3월부터는 피고 법인 후생복지센터 사무원으로 근무하면서 22개 복지관 매장의 임대차계약 체결, 학생통학버스 관리운영계약 체결, 통학버스 리스료 지급 결제,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시설(수련원 및 콘도) 예약 및 이용현황 관리, 태안군 소재 수련원 관리 및 관리비 지출, 각종 학생복지와 관련된 민원 접수 및 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2010년 9월부터는 추가로 학생지원처 업무인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사업 팀원으로 배치돼 그 업무도 담당했다.

원고는 피고 법인의 요청에 따라 2007년 3월부터 2007년 8월까지 6개월, 2007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피고 법인과 각 1년 단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2007년 7월1일부터 기간제법이 시행돼 그 이후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에 따라 근무한 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2009년 9월1일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게 파견업체를 소개해 주면서 파견업체로 옮겨서 근무하면 무기계약직 등의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대로 정식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원고는 이 말을 믿고 2009년 9월 피고가 소개하는 파견업체와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1년 단위의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원래 근무하던 장소에서 피고측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피고는 1년이 지난 후에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고 2010년 9월에 다시 파견업체와 1년 단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요청했다. 원고는 오로지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를 간직하고 피고의 요구에 따라 파견업체와 사이에 1년 단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원고는 2011년 8월31일자로 파견업체로부터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파견업체는 원고에게 사직서도 제출할 것을 요청했는데, 원고는 피고에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었으므로 그런 차원에서 파견업체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피고는 원고가 파견업체로부터 근로계약 기간 만료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더 이상 출근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

재판의 경과
원고는 피고로부터 2011년 8월31일자로 해고된 것으로 보고 그 다음날인 2011년 9월1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당시 피고에 의해 해고됐던 기간제 근로자 두 명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서 구제명령을 받아 복직했기 때문에 같은 결론을 기대하고 구제신청을 했다. 그런데 경기지노위는 2011년 10월26일자로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판정을 했다.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는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하고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던 2009년 8월31일 종료됐고, 그 이후 파견업체에 고용돼 파견된 것으로 피고와의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당사자 적격이 없어 각하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원고는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고 행정소송의 방법으로 다투는 것은 비경제적이라고 보고 바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원고는 2011년 12월9일자로 수원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는데, 2012년 6월15일 선고된 1심 판결에서 원고는 패소했다(수원지방법원 2012. 6. 15 선고 2011가합24923 판결: 재판장 판사 함종식, 판사 위지현, 판사 조현욱). 이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그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2009년 8월31일 종료됐고, 원고는 그 이후 파견업체에 고용돼 파견된 것일 뿐 피고와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가 해고됐다고 주장하는 2011년 8월31일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와 같은 근로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지급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는 것이다.

이에 원고가 항소를 제기했고, 2013년 3월13일 선고된 항소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3. 3. 13 선고 2012나59376 판결: 재판장 판사 조해현, 판사 마은혁, 판사 김호춘)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인용했다. 위 판결에 대해 피고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원고 승소가 확정됐다.

쟁점 및 판결의 의의

원고의 여러 주장 중 핵심적인 것은 원고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알고 피고가 선정한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파견근로의 형식을 취했지만 원고와 파견업체 사이의 근로계약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피고와 원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봄이 상당해 파견기간에도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유지됐고, 2009년 9월1일부터는 기간제법 규정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가 성립됐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 무효라는 것이다.

그 동안의 대법원 판례는 원고용주에게 고용돼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가 독자성과 독립성이 없는 경우에 한해 제3자와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평가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경우 파견업체는 근로자를 6천여명이나 고용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파견업체 중 하나여서 독자성 내지 독립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외형적, 형식적으로는 근로자가 원고용주인 파견사업주에 고용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제3자인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에 따라 업무에 종사하더라도, 실제로는 파견사업주에게 노동법상 파견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부담할만한 독자적인 능력이 없거나 파견사업주가 고용관계의 기본적 사항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파견사업주로서의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반면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고 사용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해 지휘·명령을 할뿐 아니라 근로자의 채용·징계·해고 등 인사에 관한 사항, 임금에 관한 사항 및 고용관계의 유지에 필요한 노무관리에 관한 사항 등 고용관계에 관한 기본적 사항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파견업체 자체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지만, 원고와 파견업체 사이의 근로계약의 체결과 관련해서는 파견업체가 고용관계에 관한 기본적 사항에 관해 파견사업주로서의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아 파견사업주로서의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게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원고가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2009년 9월1일 이후에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됐으므로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한 2009년 9월1일부터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됐으므로,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임에도 피고가 파견업체를 통해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이를 통보함으로써 한 2011년 8월31일자 해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사용자가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규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와 파견 근로를 왔다갔다 이용하는 경우에도 그 실질에 비춰 사용사업주와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함으로써 사용자들의 편법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간접고용에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 중간매개자의 실체가 없는 경우로 한정하는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하던 기존 판결례와는 달리 실질적인 관점에서 평가함으로써 권리구제의 길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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