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 유니온

"노인일자리 처우개선으로 노인들이 겪는 4중고인 빈곤·질병·고독·무료함을 해결하고 세대 간 통합에 앞장서 새로운 노인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김선태(71·사진) 노년유니온 위원장이 밝힌 활동 각오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 한 카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정부와 대등한 파트너로 만나 고령화사회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노인문제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복지제도를 확대하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55세 이상 노동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노년유니온은 청년유니온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된 세대별 노조다. 노년유니온은 지난해 9월 창립총회를 열고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일부 구성원이 구직자"라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당했다.

노년유니온은 지난달 구직자를 제외시키고, 재직 중인 13명의 조합원과 함께 다시 설립신고서를 냈다. 같은달 23일 노동부는 노조설립신고증을 발급했다. 노년유니온을 전국단위노조로 인정한 것이다.

조합원 13명은 정부가 시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월 40시간 노동에 20만원을 받으며 9개월간 일하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그나마 이러한 일자리라도 얻으면 다행이다. 적지 않은 노인들이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은 "노인들이 불안한 일자리에 몰려 있다 보니 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정부 사업에 참여 중인 13명만 가입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가 가장 취약한 노동계층인 노인들의 노조설립을 구직자가 있다고 반려한 것은 노동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출신인 김 위원장은 경복궁에서 문화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한 달 수입은 20만원이다. 다행히 교원연금이 나와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과 노인복지 제도를 보면 현장과 너무 괴리돼 있어 답답하다"며 "노인일자리 처우개선과 복지 확대를 위한 대정부 교섭을 위해 법적 교섭권을 가진 노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노인공약이 후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노인공약 때문에 박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며 "노인문제를 더 이상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맡기지 말고 노인들 스스로 나서 풀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년유니온은 청년들과 연대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청년들의 실업·복지 문제가 노인들의 문제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노년유니온의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정년연장 법제화 논란에 대해 "청년과 노인이 겹치는 일자리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보수언론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며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예정인데 노인복지와 일자리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청년의 노년 시절은 더 암울해질 것"이라며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증세운동을 벌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년유니온은 첫 사업으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경비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조직화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논의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며 일하는 경비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화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구직자가 포함된 청년유니온이 노조설립을 인정받은 만큼 노년유니온도 구직자를 포함한 조직화 사업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노년유니온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형식의 노인조직이다. 일각에서는 노년유니온을 정치적 조직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노조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많아 활동에 어려움이 많지만 교섭으로 노인복지와 제도를 개선해 노조의 역할과 필요성을 보여 주겠다"며 "노인세대를 넘어 사회가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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