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된 지 8년10개월 만의 복직이다. 2일 출근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학태 기자
“소감이라기보다는요. 앞으로 어떻게 한다기보다는…. 돌아온 것 자체가 ….”

유흥희(42)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울음이 복받쳐 올랐다.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그랬다.

2일 오전 8시30분. 서울 신대방동 기륭전자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소제조업체 불법파견 투쟁의 상징이었던 기륭전자 ‘아줌마’ 10명이 해고당한 뒤 8년10개월 만에 출근하는 자리였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유흥희 분회장은 눈물을 닦느라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사회를 맡은 김소연(42) 전 분회장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일터로 돌아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전쟁 같았던 복직투쟁이 떠올랐다. 지난하고 외로운 싸움이 힘겨워 하나둘 떠난 동료들이 생각났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7월부터다. 생산직의 80% 이상을 파견직으로 채웠던 기륭전자는 파견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집단해고로 응수했다. 그렇게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2008년 18일간의 철탑농성과 94일간의 단식농성, 해외원정 투쟁까지…. 복직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륭전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정치권까지 나선 끝에 2010년 11월 정규직으로의 복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는 동안 조합원 한 명이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생계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200명이었던 조합원은 10명으로 급감했다.

당초 지난해 5월1일이었던 복귀일은 회사 경영사정으로 1년 더 미뤄졌다. 회사는 “복직하더라도 (회사가 어려워) 당장 시킬 일이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래도 출근할 곳이 생겼다는 건 행복하고 설레는 일이다. 유 분회장은 “기륭전자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순(46) 조합원은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눈이 퉁퉁 부어 있던 강화숙(42) 조합원은 “이제 회사가 일을 시키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청일점인 이인섭(44) 조합원은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출근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막내인 최은미(28) 조합원은 너무 긴장한 탓에 출근길에 화장실을 네 번이나 들르는 바람에 지각을 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에서 조합원들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줬다. 조합원들은 금세 환하게 웃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조합원들은 기륭전자 사옥에 들어가기 전 기념촬영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10명의 조합원들이 들어간 뒤 그들이 있던 자리에서 재능학습지 해고자 등 투쟁사업장 조합원들도 기념촬영을 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싸움과 복직은 여전히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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