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해서 대체휴일제 도입 법안을 골자로 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평일 하루를 휴일로 지정해 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선진국 대부분이 일요일과 겹치는 법정 공휴일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대체휴무일을 보장하는 것은 충분한 휴식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장시간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에게 잃어버린 공휴일을 되찾아 주기 위한 대체휴일제의 법제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2월 조합원 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노총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7%가 대체휴일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발표됐다. 민주노총도 22일 “4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언론에 보도된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평일 하루를 휴일로 지정해 쉬고, 다만 공휴일이 토요일인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으며, 이와 함께 명절인 설날과 추석 당일에 대해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구분하지 않고 명절 전후로 대체휴일을 지정하도록 해서 예컨대 명절 연휴가 금·토·일이면 목요일을, 토·일·월이면 화요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해 총 4일을 쉬게 된다고 한다. 안전행정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제정안을 논의한다. 대체휴일제는 올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으며, 여야 모두 대체휴일제 도입에 공감하고 있어 이번 이 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 의미 있는 법안이다. 이 나라 노동자의 공휴일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이다. 대체휴일제만을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니다. 공휴일이 주휴일과 중복되면 다른 날 대체휴일을 준다는 것이니 대체휴일제는 분명히 노동자에겐 아름다운 제도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대체휴일제는 아름다운 제도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나라 노동자에겐 그저 사진 속 풍경이다. 자신이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현재 ‘국경일에 관한 법률’은 어떤 날이 국경일이라고만 정해놓았다. 대한민국의 국경일이라고 해서 노동자에게는 공휴일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관공서 공무원이 휴일로 쉬는 공휴일을 정해놓았다.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에게는 관공서의 공휴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공휴일은 아니었다. 현재 대한민국법이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에게 보장한 공휴일은 주휴일(근로기준법 제55조), 근로자의 날(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 등이다. 국경일 등 관공서의 공휴일은 일반 노동자에겐 법으로 보장한 공휴일이 아니다. 물론 수많은 사업장에서 국경일, 관공서의 공휴일에도 노동자는 휴일로 쉰다. 그것은 법령이 노동자에게 보장해줘서가 아니고 단지 그 사업장의 취업규칙에 의해서 사용자가 보장해주고, 단체협약으로 노동조합이 쟁취해서 공휴일로 쉬고 있는 것이다. 어디 국경일, 관공서의 공휴일뿐이겠는가. 이제는 관공서의 공휴일이 아닌 식목일조차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에서 기존대로 단체협약상 공휴일로 보장받아 쉴 수 있는 노동자의 휴일이다. 그러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보장하고 있지 않은 사업장의 노동자는 여전히 법에 의해서 보장되는 주휴일, 근로자의 날 등을 유급휴일로 쉴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노동자에게 공휴일이 주휴일과 겹친다고 해서 평일 하루를 지정해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는 주휴일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공휴일이 보장돼 있지 않으니 먹을 수 없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법안소위원회에서 의결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은 이 나라 노동자에게는 의미가 있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 법률안은 공휴일을 명시하고 있다. 국경일 등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경일, 명절 등이 국민의 공휴일로 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노동자에게도 쉴 수 있는 공휴일이다. 지금까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의해서 국경일 등 각종 관공서의 공휴일을 자신의 공휴일로 보장받지 못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공휴일로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반드시’ 입법해야 하는 의미 있는 법안인 것이다.

3. 사실 노동조합이 있어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해낸 사업장이라면 이번 법안은 그 조합원, 노동자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일 수 있다. 국경일 등 관공서의 공휴일을 자신의 공휴일로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단체협약에 의해서 “노동절, 노조 창립기념일, 국경일과 설날휴가 및 추석휴가가 주휴일과 중복시 익일을 유급휴일로” 대체휴일제를 보장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현대자동차지부나(현대자동차 단체협약 제65조) 이와 유사한 조항을 두고 있는 기아자동차지부(기아자동차 단체협약 제66조 제3항) 조합원에게는 이번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서 제정, 시행된다고 해서 좋아서 기뻐할 일도 아니다. 이처럼 이미 공휴일에 관한 권리가 확보된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이번 법안은 자신의 권리를 법으로 재차 확인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4. 예상대로 경총은 법안에 반대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라는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이번 법안이 “일부 근로자의 휴일 확대를 명분으로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취약계층의 소득감소를 통한 우리 사회 양극화 심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휴일 확대는 지금도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이라고 했다. 그럴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나라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의해서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법안에서 정한 공휴일 및 대체휴일제를 이미 적용받고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이번 법안으로 돌아갈 혜택이 없다. 오히려 그 동안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보장받지 못해왔던 사업장, 즉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번 법안이 입법돼서 시행된다면 혜택이 돌아간다. 이러한 노동현실을 통해서 보면 경총의 반대로 인해서 이번 법안이 입법, 시행되지 못한다면 그 불이익은 중소기업, 비정규 노동자가 입게 될 수밖에 없다.

5. 돌이켜보면 이 법안의 내용은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는 당연히 조합원의 권리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있어도 그렇지 못했다. 그렇지 못했으니 민주노총은 4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논평했고, 한국노총은 환영한다며 하루 빨리 법제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많은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이 있어도 국경일 등 관공서의 공휴일은 온전히 자신의 공휴일이 아니고 주휴일 등과 중복되더라도 대체휴일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이번 법안이 여야와 당정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하니 제정돼서 시행될 수 있을지 모른다. 혹은 경총 등 사용자단체의 반발로 국회에서 입법이 보류될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지금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그것을 당연히 조합원 권리로 확보하기 위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으로 요구하고 단체협약으로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어찌 보면 노동조합이 존재하는데도 법제화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은 노동조합으로서 자신의 일을 방치하는 것일 수 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이 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과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많은 사항들을 법률로서 보장하라고 수도 없이 법제화를 요구해왔다. 그것이 만약 자신의 사업장에서 확보된 조합원의 권리를 전체 노동자를 위해서도 보장하기 위해서 주장하는 경우라면 이 나라 노동자 모두의 권리를 위한 노조운동의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그것은 노동조합의 일을 국회와 국가의 일이라고 변명하는 짓이다.

6. 그러나 이 법안이 제정, 시행된다고 해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사업장에서 보장받고 있다 해도 그것으로 이 나라에서는 노동자가 당연하게 휴일로 쉬지는 못한다. 이미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으로 이 법안으로 제정하려는 내용이 확보돼 있음에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에서 노동자들은 그 휴일을 모두 휴일로서 쉬고 있지 못하다. 국경일 등 각종 관공서의 공휴일, 노조 및 회사 창립기념일, 주휴일 등이 유급휴일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지만 노동자는 그 날을 모두 휴일로서 쉬지 않는다. 당연히 근로하지 않는 휴일이 아니라 휴일에 근로를 하는 날이 되고 있다. 근로 없는 휴일이 아니라 근로 있는 휴일이 되고 있다. 휴일이 근로일이 되고 만다. 많은 휴일이 기껏해야 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는 날, 임금을 곱으로 쳐서 지급받는 날로 취급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조차도 휴일은 노동시간 단축 위한 노동일의 일부로서 논의해야 하는 지경이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이 있어도 단체협약을 통해서 휴일이 진정한 휴일이 되도록 하지 못하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읽으면서도 이 나라에선 노동조합을 읽게 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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