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KT 인력퇴출 프로그램 조사 결과를 최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가 KT를 상대로 추가조사를 완료한 지 5개월 만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법원조차 존재를 인정한 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강제퇴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엉뚱한 결과를 내놓았다.

17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KT 특별근로감독 경과를 보고했다.<표 참조> 노동부는 “향후 수당 미지급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도·관리를 하고 KT에 대한 노무관리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 추가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 달라

노동부는 ‘KT 특별감독 등 그간의 추진경과’ 문서에서 “추가조사를 실시한 결과 KT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관련 문건(5건)은 확인됐지만 프로그램 실행으로 인한 강제퇴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최근 KT가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8일 청주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한아무개(53)씨가 “직무 변경과 해임 처분이 회사측의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라며 KT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회사측이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과 공통된 기준에 따라 114 안내원 출신인 원고를 부진인력 관리대상자로 선정하고 퇴출까지 염두에 두고 전직명령을 내렸다"며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당해고와 퇴출프로그램 연관성이 인정된 첫 판결이다.

같은달 29일에는 수원지법이 퇴출 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직원에 대해 인사고과 최하위 등급인 F등급을 부여하고 연봉을 삭감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KT는 대외투자자의 배당이익 확보를 위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표 아래 일정 비율의 근로자를 퇴출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2005년 본사 차원에서 설정된 부진인력 대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차별정책을 실시했다”며 “KT 산하 각 지역본부 및 지사로 하여금 인사고과시 본사가 제시한 이러한 차별정책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도록 관리·감독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도 올해 2월 “퇴출대상자에게 F등급을 부여하고 연봉을 삭감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은수미 의원은 “노동부의 추가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이 매우 상이한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노동부의 KT 봐주기 수사 의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비판했다.

“인사권 남용에 초점 맞춰 접근해야”

노동부는 2007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부당해고에 대한 벌칙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퇴출프로그램에 의한 해고가 밝혀지더라도 사실상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위법한 해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무관리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 의원은 “노동부는 퇴출이라는 결과에 매몰되지 말고 최근 판결과 같이 퇴출프로그램에 의한 부당한 전직 등 인사권 남용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해야 한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재실시해서 법원에서 이미 인정한 부진인력 프로그램의 존재와 실행을 확인하지 않으면 노동부 근로감독 행정에 대한 불신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T는 청주지법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했다. KT측 변호인은 대법관 출신 손지열 변호사(법무법인 김앤장)다. KT노동인권센터(집행위원장 조태욱)는 “퇴출프로그램 실행으로 인한 강제퇴출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노동부가 국회에 보고했다는 것 자체가 KT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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