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심병원인 서울의료원이 간호사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잇단 간호사 이직을 방치할 경우 환자안심병원 사업 취지와 달리 환자안전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안심병원을 확대·유지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환자가 보호자·간병인 도움 없이 입원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환자안심병원’제도를 발표했다.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올해 1월부터 실시됐다. 신내동에 있는 지방의료원인 서울의료원이 첫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36억원을 투입해 간호사 79명 등 신규인력 107명을 채용했다. 서울시는 "선진적인 공공의료 모델"이라며 "서울의료원의 첫 실험을 시작으로 환자안심병원을 서울 시립병원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서울시의 정책은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사태와 대비되며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사업이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사업 주체인 간호사들이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의료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저임금 고강도 업무에 간호사 이직 도미노=16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분회장 황선이)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는 200여명의 간호사들이 지난 15일 아침 7시부터 로비 앞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분회의 요구는 노조인정과 간호사 처우개선이다. 분회는 서울시가 대규모 신규 채용을 했지만, 매달 이직자가 발생해 현재까지도 간호인력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족과 간병인이 했던 일들을 도맡게 되면서 간호사들의 노동강도는 증가했지만 임금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3교대 근무에 하루 12시간 넘게 일해도 월급여(1년차)가 120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처우개선 없는 빈자리는 경험 없는 신규 간호사로 채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병동에서는 신입 간호사가 80%에 육박한다.

분회는 "신규 간호사 비율이 워낙 높아 환자가 주사맞기조차 꺼리며 불안해하고 훈련이 덜된 간호사도 고강도 업무에 적응을 못해 힘들어 한다"며 "환자안심병원이 '환자불안병원'이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환자와 대면업무를 하다보니 감정노동도 적지 않다. 분회는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를 하인부리듯 하며, 잔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있다"고 토로했다.

◇ 우울한 간호사 불안한 환자=서울시는 사업 발표 당시 "간호사 인력을 늘려 간호사 1명당 환자 17명을 돌보던 것을 환자 7명만 전담하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분회에 따르면 현재 간호사는 1인당 환자 10명에서 17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경험이 없는 신입 간호사로 채용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란이 적지 않다. 의료원도 사업 초기 "간호사 중심의 환자안심병원 운영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제도로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서 병원조례를 개정하는 등 앞으로 간호사 처우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료원은 노조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분회의 주장이다. 분회는 지난해 2월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 분회는 "의료원이 분회 사무실과 전임자를 보장하기로 약속해 놓고도, 병원 수익을 이유로 노조의 기본적인 활동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측은 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서울시 또한 사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병원·서울시, 처우개선 논의 = 병원측은 "앞으로 분회와 논의를 통해 현안 문제를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며 "처우 개선 문제는 서울시 정부와 함께 논의해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자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등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환자안심병원이 잘 운영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해당 현안은 사업이 시작된지 얼마 안 돼 발생한 시행착오로 부족한 부분을 협의하며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선이 분회장은 "공공의료가 바로 서려면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돌보며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병원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무조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원과 서울시는 노조를 인정하고 제대로 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