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염소가스 누출사고로 6명의 부상자를 낸 울산시 여천동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은 공정안전관리(PSM) 점검 결과 ‘매우 우수’에 해당하는 P등급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해·위험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PSM 점검에 구멍이 뚫렸다.

15일 울산시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삼성정밀화학의 염소가스 누출사고는 공장 정기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돌입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46분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염소가스 4.6킬로그램이 누출돼 이 회사 직원 이아무개씨 등 2명이 가스를 흡입하고, 인근 공장 노동자 4명이 두통 등을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는 액화 염소가스를 저장탱크로 이동하는 펌프와 예비펌프가 잇달아 고장나고, 염소가스를 중화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중화시설 배관까지 막힌 상태에서 발생했다. 액화가스가 기체로 변한 뒤 팽창해 배관 틈새로 유출됐다는 설명이다. 정기보수가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사고공장에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안전보건진단 실시와 그에 따른 개선계획 수립을 명령했다. 이와 함께 사고공장과 인근공장 노동자들이 임시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이 같은 대응은 사후약방문에 그칠 전망이다. 노동부는 평소 점검에서 사고공장의 위험요소를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정정밀화학 전해공장은 유해·위험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노동부의 정기점검에 해당하는 PSM 점검에서 ‘매우 우수’에 해당하는 P등급을 받았다. 지난달 14일 폭발사고로 6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낸 대림산업 여수공장도 2등급에 해당하는 S등급을 취득한 바 있다. 정부점검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방하남 노동부장관은 지난 11일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화학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를 열어 국내 석유화학업체 CEO들에게 안전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이 재해 예방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연 셈인데, 그로부터 사흘 만에 또 다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한 머쓱해진 상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업환경이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바뀌기는 어렵지만, 최고경영자들이 안전문제를 최우선으로 여기게 되면 안전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며 “노동부도 사고가 난 사업장에 전담인력을 투입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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