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모든 화학사고의 책임은 우리 CEO에게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 협력업체와 공생하는 안전관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주식회사 ○○○ 대표이사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3층 미팅룸.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소집한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화학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에 내로라하는 국내 석유화학업체 CEO 28명이 총출동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대림산업 여수공장 폭발사고를 비롯해 최근 들어 화학물질 폭발·누출사고가 꼬리를 물자 노동부가 관련업체 경영진들에게 동원령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는 박찬조 대림산업 대표이사와 지난해 8월 유기용제 폭발사고로 11명의 사상자를 낸 LG화학의 박진수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학물질 사고는 사업장은 물론 인근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쓰는 비용이 사고 수습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다는 것을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동부는 대기업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기업 석유화학업체의 고위험 작업이 영세한 하청업체로 외주화되고,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최근 발생한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부의 안전점검 시스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고위험군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전국 1천300여개 공정안전관리(PSM) 사업장 상당수는 대기업이다. 노동부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가 이들 업체가 제출한 공정안전관리보고서의 이행상태를 점검한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대림산업 역시 PSM 사업장으로 1년에 한 번 점검을 받았다.

문제는 PSM 점검대상 업체 중 상당수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각종 감독으로부터 제외되는 자율안전관리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인 만큼 안전관리를 스스로 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업체는 PSM 점검만 통과하면 정부의 규제로부터 사실상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이들 업체가 외주화한 고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영세업체에는 정부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 요식적인 정부단속이 사고를 양산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대기업 원청업체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했다. 방 장관은 "앞으로 경미한 수준의 폭발·누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고 공장에 대해 반드시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문제점이 개선될 때까지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