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2마2006 결정(파기환송)

1. 사건의 경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대림교통분회(옛 전북택시일반노조)는 지난 2010년 6월3일 “2010년 7월1일분 발생 임금부터 최저임금 지급 및 임·단협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이 타결되지 못해 분회는 2011년 6월1일 조정절차를 거쳐 2011년 6월30일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그러나 2011년 7월1일 제2노조인 대림교통노조가 설립되자 사용자는 교섭창구단일화를 주장하면서 교섭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분회는 결국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1심 가처분 결정(전주지방법원 2011년 8월12일 2011카합448 결정)은 임금·단체협약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주문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동 가처분의 항고심인 이 사건 원심 결정은 교섭사항을 ‘2010년 7월1일부터 2011년 12월31일까지 적용될 임금 등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으로 제한하고 그에 대한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분회측이 2012년 12월 대법원에 재항고했고 이 사건 결정은 그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대법원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과 채무자는 2011년 7월1일까지 ‘2010년 7월1일부터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 등에 관한 단체협약’ 또는 ‘최저임금법에 따른 2011년 임금 등에 관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한 것으로 인정될 뿐이고 그 적용시기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2010년 7월1일부터 2011년 12월31일까지 적용될 임금 등에 관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2011년 7월1일 당시 이 사건 채무자가 계속해 오던 중 단체교섭 사항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지 않은 채, 위 단체교섭 사항이 2010년 7월1일부터 2011년 12월31일까지 적용될 임금 등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단체교섭이라고 인정했다. 이러한 원심 결정에는 노조법 부칙 제4조에 따라 2011년 7월1일 이후에도 노조법이 계속할 수 있는 ‘기존의 단체교섭’의 범위에 관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사실을 인정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재항고 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3.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금속노조 KEC지회 사건에서 “개정 노조법 부칙 제4조에 대한 해석에서 법 부칙 제4조에서 말하는 ‘이 법 시행일’이라 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법의 원칙적 시행일인 2010년 1월1일이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규정의 시행일인 2011년 7월1일로 봄이 상당하다. 이 법 시행으로 갑자기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해 그때까지 진행된 단체교섭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고 새로이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불이익과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 부칙 제4조에서 말하는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조로 본다’는 의미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조에 대해 법 본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와 권한이 인정된다는 것이 아니라 2011년 7월1일 이후에도 교섭당사자로서의 지위가 유지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의 단체교섭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공공운수노조 금호고속지회 사건에서 위와 같은 해석은 2011년 7월1일 이전부터 해당 사업장에 2개의 노조가 있는 경우에도 동일하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부칙 제4조에 따라 교섭을 할 수 있는 ‘기존 단체교섭’의 의미 내지 범위에 관한 사안이다. 임금협약이든 단체협약이든 그 유효기간은 노조법 제32조에 따라 최장 2년의 범위 내에서 정해지게 되는데, 체결 당시 노사합의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교섭 당시 처음부터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단체교섭은 유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섭사항도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세부적인 쟁점이 변할 수 있듯이, 체결된 협약의 유효기간도 단체교섭이 길어지게 되면 그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관례에 따르면 임금협약은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해지게 되므로 1년 단위로 체결되는 것은 사실이고 2007년 임금협약, 2008년 임금협약, 2009년 임금협약 이런 식으로 매년 체결하게 되며 늦게 체결되더라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섭이 늦어져 2007년 10월 말 타결되더라도 2007년 1월1일부터 2007년 12월31일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사업장이나 업종에 따라서 상황은 다를 수 있고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해 단체교섭이 해를 넘기게 되는 경우와 같이 교섭상황의 변화(유동)에 따라 합의 당시에 유효기간은 그에 맞게 정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단체협약’은 2년 단위로 하게 되지만 임금협약과 같이 늦어졌다고 하여 소급하지는 않고 (왜냐하면 임금협약과 같이 1년 단위로 임금인상이나 조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체결될 시점을 기산점으로 해 2년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 사업장은 임금협약의 경우에도 매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개정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그 기산점은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1년으로 해 왔으며 단체협약은 다른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체결 시점부터 2년까지로 정하는 방식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다. 노동3권은 국가공권력에 대해 근로자의 단결권의 방어를 일차적인 목표로 하면서도 노동3권 노동자단체라는 사회적 반대세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균형을 이뤄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간의 실질적인 자치를 보장하려는 데에도 그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단체교섭권에는 단체협약 체결권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기산점과 종료시점)은 노사자치에 따라 단체교섭에서 그때그때 정해지는 것이지, 원심 결정과 같이 법원이 임의로 정할 사항이 아니다. 결국 이를 임의로 제한한 원심 결정은 채권자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협약 체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을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노조법 부칙 제4조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결정에서 말하는 ‘기존의 단체교섭’은 교섭 사항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당시 진행 중이던 교섭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봐야 하고 그 협약의 유효기간은 제한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혹자는 그렇게 되면 무한정 교섭당사자의 지위가 존속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부칙 제4조는 경과규정이어서 그 성질상 예외적인 상황을 규율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며, 극단적인 사업장의 사례를 들어 부칙 조항의 의미나 단체교섭권의 취지를 왜곡해 해석해선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 판단은 부칙 제4조 문언의 해석, KEC지회 사건에서 밝히고 있는 부칙 제4조에 따른 교섭당사자 지위 유지의 의미 등을 고려할 때 논리나 경험칙에 비춰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이 사건 원심은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임의로 교섭에서 체결한 협약의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