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된 이석채 KT 회장 등 KT 사측 관계자 6명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검찰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근로감독관의 수사의견을 묵살하고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라”고 수사지휘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KT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9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수사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된 이석채 회장 등 KT 사측 관계자 6인을 전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28일 1명에 대해서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100만원 벌금 의견으로 약식기소했다.

검찰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라”

지난해 9월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KT민주동지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T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같은해 4월 KT 노사협력팀이 지사장과 팀장 등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직실무교육’강의를 녹음한 것이다. 당시 교육을 진행한 본사 노사협력팀 소속 서아무개 매니저는 강성노조의 폐해와 사내조직인 KT민주동지회·KT새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KT노조 대의원선거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KT민주동지회는 해당 교육에 책임이 있는 이석채 회장·권아무개 전무·서아무개 매니저 등 6명을 부당노동행위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사건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배당됐다.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은 지난해 12월20일 수사지휘 건의서를 통해 “이석채 회장은 사용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이 있고 서아무개 매니저는 KT민주동지회와 KT새노조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강성노조라는 점을 강조해 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 했다”며 이석채 회장과 서아무개 매니저를 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제출했다.

하지만 담당검사는 같은달 26일 수사지휘서를 통해 “강의 내용이 이석채 회장에게 보고되지 않는다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강 조사를 지시했다. 그런 뒤 근로감독관은 올해 1월25일 “이석채 회장이 서류 결재를 받지 않았고 부당노동행위를 알고도 조장하거나 방조했다고 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서아무개 매니저에 대해서만 노조법 위반혐의로 기소의견을 전달했다. 그러자 담당검사는 같은달 30일 “서아무개 매니저는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한다”고 수사지휘서에 명시했다. 결국 근로감독관은 2월15일 6명 전원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부실한 수사에 '있으나 마나 한' 노조법

검찰의 수사 결과를 두고 KT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특별근로감독 결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이석채 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다.

은수미 의원은 “연거푸 거듭되는 검찰의 KT 봐주기 수사”라며 “검찰의 노동권 무시 수사관행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검찰은 전산자료 등 기초적인 사실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녹취록에 불법행위 증거가 있는데도 법을 위반한 피의자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노조법상 사용자는 사업의 경영담당자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포함하는데 본사 경영지원실 소속 노무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도 여기에 포함된다”며 “사용자인데도 검찰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조항은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관계자는 “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며 “법리적 검토를 통해 노조법 위반에 해당하는 피의자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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