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청 직원이 4일 오후 대한문 앞 쌍용차지부의 분향소 천막을 철거한 뒤 조성한 화단에 물을 주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살 권리가 없으니 죽으란 얘기 같다. 우린 죽을까 봐 두려운데 말이다.”

대한문 쌍용자동차 농성촌이 강제철거된 4일 오전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허탈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쌍용차 정리해고 뒤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대한문 앞에 분향소와 농성장을 차린 것은 지난해 4월5일. 딱 1년이 되기를 하루 앞두고 분향소는 이날 기습철거됐다.

분향소가 있던 10여평 남짓한 공간에 화단이 들어서기까지는 5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새벽 5시30분께 서울 중구청의 공무원 50여명과 경찰 200여명이 농성촌을 둘러쌌다. 분향소에 잠들어 있던 세 명의 쌍용차 범대위 관계자들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5분이 지나자 철거가 완료됐다.

농성촌이 철거된 자리에서는 곧바로 화단공사가 시작됐다. 공사를 강행하려는 중구청측과 이를 막는 범대위 관계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범대위 관계자들을 포함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노동자·시민들을 연행했다. 충돌과 연행이 되풀이되면서 36명이 연행된 끝에 오전 10시45분께 화단공사가 마무리됐다.
중구청이 범대위의 천막을 강제철거한 것은 시민들의 통행과 덕수궁 문화재 복원공사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신 들어선 화단도 시민들의 통행공간을 좁혀 놓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굵은 로프로 테두리를 두른 화단에 급하게 심어진 작은 나무들은 어색하기만 했다.

이날 철거는 말 그대로 ‘기습철거’였다. 지난달 8일 중구청이 농성촌 철거를 예고하는 계고장을 보내고 철거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범대위는 협의를 요청했다. 지난달 29일에도 범대위는 중구청에 공문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다. 이달 1~2일 이틀에 걸쳐 면담시간을 조율했다. 그 결과 양측은 2일 “다음주 초에 만나 얘기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이틀 뒤 아무런 통보 없이 철거가 강행된 것이다.

김정우 지부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산다는 게 죽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해고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농성촌을 유지하려 했다”며 “도와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화단 위에 올라 꽃 심는 것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김 지부장 등 3명이 추가로 경찰에 끌려갔다.

쌍용차 범대위는 화단 앞 빈 공간에서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5일 대책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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