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철 전국공공산업노조연맹 공동위원장
바야흐로 공공기관장 물갈이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보은인사의 상징이 된 공공기관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대선 공신들에 대한 보은 유혹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국공공산업노조연맹 공동위원장이자 공기업정책연대 간사를 맡고 있는 박해철(48·사진) 위원장은 1일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 학연·혈연·지연에 따른 인사들이 넘쳐날 때 공공기관이 제기능하지 못하고 망가졌던 전례를 너무 많이 봐 왔다"며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들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제기능을 하고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공공노련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박 위원장은 혹여나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들이 오더라도 이들의 전횡을 방어하고, 자율경영과 책임경영 체제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현재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정부와 노동계·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각각 3분의 1씩 배정해, 공운위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구성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법조·언론·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공운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지만, 문구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 위원장은 "지금처럼 공운위가 운영된다면 또 정부나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하는대로 갈 수밖에 없지만 노조나 시민사회, 정부가 각각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부당한 정부정책이 내려와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공공기관 지배구조 정상화 방안은 지난달 26일 양대 노총에 포함된 24개 공기업노조로 구성된 공기업정책연대 정기회의에서 결정된 올 한 해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다.

이 회의에서 공기업정책연대는 사회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청년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한편, 새 정부의 공기업 합리화 정책과 공공기관 명예퇴직수당 제도개선 추진에 공동대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박 위원장은 특히 공공기관의 명예퇴직 산정 기준을 공무원수준으로 통일하라는 기재부 지침에 대해 "명백한 단체협약 무력화시도이자 경영평가를 앞세운 공기업 노사관계 개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재부는 경영평가 항목에 지침 이행여부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공기업 노조를 무시하고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공기업정책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24개 공기업노조들은 근로조건의 저하를 야기하는 일체의 교섭도 응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새 정부들어 '공공부문 합리화 정책'으로 포장되고 있는 우회적 민영화 정책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확인된 전력민영화 추진이 가져올 재앙을 예로 든 그는 "앞서 전력민영화를 추진했던 외국의 사례와 같이 전기요금 폭등과 대규모 정전사태 등이 현실화 될 수 있다"며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당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매각하겠다는 식으로만 접근한다면 결국 대한민국 국민은 효율성·이윤이라는 가치 아래에 놓여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도 가진 자 1%를 위한 나머지 99%의 모든 희생을 담보로 하는 사회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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