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집배원들에게 소송 취하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 집배원 45명 중 절반 이상이 소송을 취하했다.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로 구성된 우정노동자회는 27일 “소송 참가자 명단이 각 우체국에 전달된 뒤 우체국 관리자들이 소송 취하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7개 우체국 소속 집배원 45명은 지난달 15일 “실제 일한 시간보다 초과근무수당이 적게 지급됐다”며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수당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 가운데 이달 중순께 우체국 관리자들이 소송 참가자들에게 소송을 취하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가족까지 동원 … “아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A씨는 최근 곤욕을 치렀다. 소송을 포기하라는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왔기 때문이다. 직장 선배·후배·지방청 간부·가족, 심지어 친척들에게도 전화가 왔다. 집배 물량이 많아 밤 11시까지 업무를 보고 난 뒤에도 우체국 관리자가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렸다.

A씨에 따르면 이달 19일께 그가 일하는 우체국에 소송 참가자 명단이 전달됐다. 우체국 관리자들은 그날부터 소송에 참여한 집배원들을 소집해 개별면담을 시작했다. A씨와 함께 소송에 참여한 영남지역 동료 집배원 26명 중 22명이 이틀 만에 소송을 포기했다.

“몇 시간이고 붙들고 소송을 포기하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소송을 진행하면 경력에 오점이 남고 불이익이 간다, 끝까지 따라다닐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부모님께도 전화해서 '아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으니 막아 달라'는 얘기도 했어요.”

A씨는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소송을 준비할 때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부모님까지 동원해서 취하를 강요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겁은 나지만 집배원 생활이 20~30년 남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자들 “소송으로 다른 직원들 피해 볼 수 있다”

반면에 A씨와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B씨는 지난 22일 소송을 취하했다. B씨가 소속된 우체국에서는 4명이 소송에 참여했는데, B씨를 포함한 3명이 소송을 포기했다.

B씨에 따르면 이달 20일은 우정사업본부 관할지방청에서, 21일은 우정사업본부에서 감사를 나왔다. 해당 우체국 관리자는 B씨에게 “소송 때문에 감사가 들어왔다”며 “다른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으니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이 관리자는 “초과근무수당 지급 소송을 제기할 때 제출한 자료는 대외비 문서이기 때문에 공문서 유출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B씨는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노동시간이 정확히 산정돼야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업무도 많은데 하루에 한두 시간씩 불려 가서 강압적인 설득을 매일 듣다 보니 지쳐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에 따르면 소송 취하는 소송을 제기한 직원이 직접하지 않았다. 우체국 지원과에 소송취하서와 인감증명서를 제출하면 부서 직원들이 담당 변호사와 법원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정노동자회 관계자는 “우체국 관리자가 소송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소송취하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 대신 처리한 것 자체가 문제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본부가 지시를 통해 소송 취하를 종용한 적이 없고 소송 참가자가 근무하는 우체국 감사를 진행한 적도 없다”며 “실제 초과근무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방청과 본부에서 조사를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