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창원지방법원 2007고정276, 창원지방법원 2009노579, 대법원 2011도34

사건의 경과 및 판결의 내용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리지 주식회사(지엠대우)의 대표이사 및 6개 협력업체 대표들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지엠대우 관리자의 지휘·명령을 받아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인 차체조립 등 자동차 생산업무에 종사하도록 해 노동부 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기소 됐다. 반면에 피고인들은 지엠대우와 협력업체들이 자동차생산 및 그 부수업무에 관해 적법하게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각 일부 생산공정을 하도급 형식으로 수행했으므로 근로제공방식이 불법파견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엠대우와 협력업체들 사이의 법률관계가 파견인지 도급인지에 대해 1심 법원은 협력업체가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정을 주요한 이유로, 비록 자동차조립업무 등의 특성으로 인해 일부 종속성을 가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근로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그 형식적인 면에서나 실질적인 면에서 도급계약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파견사업주의 실체가 존재할 것을 전제하므로 협력업체들에게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있어 그 실체가 있다는 사정들을 가지고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봤다. 지엠대우와 협력업체 간에 체결한 계약의 내용·근로자들의 업무수행 과정·계약당사자의 적격성 등에 비춰 지엠대우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도급인으로서의 지시·감독권을 넘어서 구체적인 지휘·명령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를 행했다는 것이다. 협력업체들이 그 소속 근로자들을 지엠대우 창원공장에 파견해 지엠대우의 지휘·명령을 받아 지엠대우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했고 지엠대우는 이러한 파견근로자의 역무를 제공받았음이 인정돼 지엠대우와 협력업체들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해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0년 12월 말 상고된 뒤 2년이 지난 2월28일 지엠대우 대표이사 및 협력업체 대표들 전원에 대해 파견법위반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확정했다.

제조업 사내하청 = 불법파견

제조업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비정규직이 사용되고 있다. 근로자들은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지만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원청회사 설비(생산라인)에 투입돼 원청회사가 정한 업무지시내용·작업방식·작업시간·작업속도에 따라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와 업무상 아무런 차이가 없이 일해 왔다. 원청회사는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원청회사측은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해 왔고, 상당수의 노동법학자들이나, 노동계에서는 한국의 사내하청은 도급계약을 위장한 것에 불과하고 주장하고 있다. 그 실제는 △하청업체의 실체조차 인정하기 어려워 원청회사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볼 수 있거나 △아니면 불법파견(제조업에서 파견은 금지돼 있음)에 해당해 판례에 의하더라도 2년이 경과하면 원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이어 지엠대우 및 협력업체 대표들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인정된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실상 한국에 존재하는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은 도급이 아니라 파견(불법파견)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회사의 정규직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업을 행한 원청회사와 협력업체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도 말이다. 이 판결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들, 즉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의 생산라인에 투입돼 일하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혼재해 배치 △원청회사의 생산시설 등을 사용해 원청이 일괄해 작성한 각종 작업지시서(작업표준 자료)에 의한 단순반복 업무 △사내협력업체의 고유기술 자본의 투입이 없고 △원청회사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 가지고 작업량·작업방법·작업순서 결정 △원청에서 노동시간·휴게시간·교대제·작업속도 결정 △정규직 결원 사내협력업체로 대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상황·인원현황 파악 등은 자동차 등 제조업 사내 하청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사항들이다.

더욱이 이번 지엠대우 판결에서는 자동차 부품 포장과 물류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지엠대우의 포장작업지시서, 조장이나 기사원의 포장방법 지시 등에 따라 업무가 이뤄지는 등 파견관계에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 따라서 정규직 노동자와 혼재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별도의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하청업체가 고유한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지 않고 원청회사의 생산시설에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이라면, 그리고 별도의 생산라인에서 수행되는 작업 역시 원청회사의 작업표준 자료들에 근거한 단순 반복 업무에 불과한 것이라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제도적 과제

파견법은 당초 파견기간 2년을 초과해 파견이 지속되는 경우에 직접고용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위법한 파견, 즉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사용하거나 무허가 파견업체에서 파견 받은 경우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 판례가 엇갈리다가 2008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고용간주규정이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불법파견이더라도 2년이 초과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법이 불법상태의 유지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는 지적에도 2006년 개정 파견법은 불법파견에 대해 2년 초과할 것을 요건으로 규정함과 더불어 직접고용간주를 직접고용의무로 변경함으로써 직접고용 책임강제를 후퇴시켰다.

직접고용의무조항의 해석에 대한 다툼이 있는 가운데 2012년 개정 파견법에서는 법체계적으로 문제시됐던 불법파견에 대한 2년 초과 요건을 삭제했다. 불법파견(파견대상업무 위반·파견기간 위반·무허가 파견)으로 확인된 경우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기간에 관계없이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 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종전에는 절대금지업무를 제외하고는 2년이 경과한 이후에야 직접고용의무가 발생됐던 것에 비하면 불법파견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불법파견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되며, 직접고용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파견법상으로는 단 하루 불법파견을 한 경우에도 즉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이 잘못된 경우에는 2년 초과요건이 삭제됐다고 해도 불법파견을 막을 수 없다. 현행 파견법상 고용의무 적용에서 2년 초과라는 요건을 삭제한 것은 개선이 맞지만, 고용의제가 아니라 고용의무제도여서 한계가 있다. 또 사내하도급의 제도화 등으로 인해 불법파견을 인정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무조항으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의 억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위장도급의 형태로 존재하는 불법파견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도급 등과의 구별 기준을 직업안정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또 불법파견 내지 불법근로자 공급시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이 간주된 것으로 봄으로써 노동자의 고용보장, 사용사업주의 사법적 책임을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불법파견에 대한 형사처벌을 엄격히 적용함은 물론 직접고용의무 위반시 1회 파견 노동자 1인당 1천만원, 2회 1천500만원, 3회 2천만원의 실효성 있는 과태료처분을 통해 집단적인 위장도급을 통한 간접고용 확산을 억제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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