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지난 23일 오전 8시 과천 서울경마공원. 주말 경마 경기 준비를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원들 옆으로 붉은색 점퍼를 입은 마필관리사 50여명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2008년 3월 마필관리사 박종덕씨가 새벽 조교를 하던 중 낙마해 의식불명 상태로 병상에 누운 지 5년 되는 날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 마필관리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근본적인 산재예방 대책이 없는 한 언제 내가 병상에 누워있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 윤창수)가 박종덕 조합원 사고 5년을 맞아 산재사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주마들을 관리하고 길들이는 훈련을 하는 마필관리사들은 늘 낙마하거나 말에 차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나쁜 버릇이 있는 말들에게 얼굴이나 몸을 물어뜯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00년에는 한 마필관리사가 달아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다 말굽에 차여서 사망했다. 지난해 3월에도 제주경마공원에서 흥분한 신마에 몸이 끼인 마필관리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경마장 마필관리사 산재율은 2006년 13.8%, 2007년 15.1%, 2008년 14.5%, 2009년 12.2%로 전국 평균 산재율(2009년 기준 0.7%)과 비교했을 때 20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에는 공상처리하는 건수가 많아져 공상처리건까지 합하면 산재율은 훨씬 높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또 노조는 마필관리사 재해의 93%는 충분한 기간 훈련을 통해 길들여지지 않은 '미순치 국산마' 때문에 생긴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마선진국에서처럼 18개월령부터 6개월간 순치된 말(사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고 사람에게 순종하는 교육을 거친 말)을 경주마로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필관리사들을 고용·지휘하는 조교사들도 노조의 주장에 대해 수긍하고 있다. 마필관리사들의 거듭된 산재사고에 대해 마필관리사노조와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육성·순치검사 합격마에 한해 마필을 들이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주단체들의 반대로 결국 합의서에는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해경 노조 정책실장은 "마사회가 육성·순치 합격마에 지급하던 조기출주장려금(말을 새로 들여온 뒤 첫 경주에 나설 때 지급하는 상금)을 2011년부터 폐지하는 등 후기 육성에 대한 지원책을 없애면서 비용부담을 떠안게 된 마주단체들이 이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며 "마사회는 육성마 조기출주 장려금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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