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지부

“한국은행법과 원칙에 따라서 외환은행 주식 처분을 결정할 것이다.”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들과 만나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외환은행의 2대 주주인 한국은행이 주식매매 안건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5일 주주총회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인수하는 주식교환 안건이 상정된다.

한국은행의 지분매각, 혈세 ‘줄줄’

현재 한국은행은 외환은행 지분 6.12%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67년 외환은행이 외국환전문은행으로 설립되면서부터 출자한 한국은행은 줄곧 주요 주주였다. 금융권의 관심은 잔여지분을 모두 사들여 외환은행 지분 100%를 소유한 뒤 상장을 폐지하려는 하나금융지주의 시도에 2대 주주인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쏠렸다. ‘먹튀’ 논란부터 외환은행 매각 부당성을 제기했던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를 비롯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안건 반대를 요구했다.

애초부터 ‘영리기업의 소유 또는 운영에 참여할 없다’고 규정된 한국은행법을 감안할 때 주식교환에 응할 수 없는 한국은행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안건 자체를 반대하거나 자기 주식을 매입해 달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김중수 총재의 발언은 법과 원칙에 따른 ‘주식 처분’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입을 1천억원 넘는 손실은 논란이 될 게 분명하다. 주당 1만원에 산 외환은행 주식을 7천383원(매수청구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3천950만주를 2천617원씩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니 1천33억원의 손실은 이미 확정돼 있다. 혈세로 충당한 돈이다.

주식교환 정당성, 헌법재판소로

주식교환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특히 강제 주식교환을 5년간 자율경영 약속 파기로 보는 외환은행지부는 강제 주식교환을 사실상 합병이라며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에 항의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꾸준히 열고 있다.

경제민주화본부는 강제 주식교환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외환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며 행동에 나섰다. 우리사주조합은 “하나금융지주가 강행하고 있는 강제주식교환이 소수주주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과 재판청구권·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임의로 소수주주를 축출하는 제도로 강제주식교환이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주주총회를 계기로 왜곡된 금융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투기자본 론스타의 먹튀를 조력한 김승유 전 회장 등 이사회가 저지른 경영실패를 추궁하고 실패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센터는 “김 전 회장이 고가로 외환은행 주식 51% 매입하고 주가조작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론스타에게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4조7천억원을 고스란히 바쳐 먹튀를 도왔다”며 “배임 행위 대한 철저한 추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환은행 합병은 하나금융지주의 문제를 넘어 한국 금융시장과 경제전반에도 위험한 일”이라며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합병은 다른 시중은행과 금융자본에게 은행 대형화라는 위험한 탐욕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