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달 2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의 경영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폐업이 이야기될 정도는 아니었기에 시민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황당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진주의료원은 4년 전 534억원을 들여 대규모 신축이전을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도대체 경상남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국 공공의료의 골간 중 하나인 지역 거점병원의 설립·폐업이 깔았다 부수고 다시 까는 보도블록 공사도 아닐진대 경상남도는 왜 이런 결정을 시민사회 의견수렴도 없이 갑작스레 발표하게 된 것일까.

필자가 여러 공공기관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무데뽀로 앞뒤 안 가리고 진행되는 사업 대부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막대한 정치적·경제적 이권관계다.

많은 경우 공공기관 사업은 너무 굼떠서 문제다. 그런데 공공의 이해가 아닌 특정 세력의 이권관계가 분명하게 걸려 있을 때 사업은 무리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한 예로 지방상수도 민간위탁 사업이 그랬다. 2006년 6월 고령과 금산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급작스레 의회를 열어 지방상수도 위탁 안건을 처리했다. 지방상수도 위탁을 할 경우 군에서 관리하던 취수원이 폐지되고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지돼 인근 땅값이 치솟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지방상수도 투자를 위한 민자사업, 군 재정 부담 감소를 내걸었지만 실제는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경상남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료원 적자로 인한 경상남도의 재정부담은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는 도지사와 도의원들의 정치적·경제적 이권관계가 이번 결정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핵심 공약으로 진주시에 도 2청사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자체 선거가 있는 내년까지 진주에 2청사를 가시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이 상황에서 쉽게 눈에 들어온 것이 진주의료원을 2청사로 활용하는 것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홍 도지사에게 2014년 지자체 선거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절박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도지사의 정치적 이권 문제만으로 이렇게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 다양한 이권관계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 주변 부동산 투기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청사가 들어설 경우 유입인구로 인해 주변 땅값이 크게 뛴다. 이미 현지 부동산업체들은 진주의료원 폐업이 이야기되자마자 주변 토지매매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이나 유지들이 이런 사업에 빠질 리 없을 것이다. 이들이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짓는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이들이 참여한다.

보통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지자체나 정치인들은 억지 추측이라고 항변한다. 경상남도의 경우도 진주의료원이 매년 40억~60억원의 손실이 나고 있고, 3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도 예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면 어차피 3~5년 안에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폐업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경상남도의 설명만큼 경영위기가 심각한 건 아니다. 2008년 이후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대규모 시설이전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 효과다. 실제 현금이 나가는 것은 아니고 투자에 대한 비용처리를 사후에 하고 있는 효과로 볼 수 있다.

민간기업은 시설투자 비용을 매출과 수익 상승으로 감당한다. 반면에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은 치료가 아니라 서민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저가로 공급한다. 때문에 민간기업 경영방식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즉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시설투자 이후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상남도의 재정 위기설도 크게 과장됐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때문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는 것처럼 부풀린다. 그런데 실제 경상남도가 부담하는 액수는 연간 10억원에서 20억원 수준이다. 도지사와 도의원들의 활동비를 조금만 줄여도 감당할 수 있다. 매년 경상남도가 수백 억원을 손해 보고 있는 민자사업 계약을 조금만 개정해도 가능한 액수다.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는 위기를 부풀리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감추는 전형적인 지자체의 꼼수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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