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선거 전까지만 해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정년 60세 의무화 추진이 최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 모두가 정년 60세 의무화를 담은 관련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통해 "임기 말인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특히 1년간 정년 문제를 논의해 온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경영계 반발에 밀려 노사합의에 실패한 뒤 최근 권고안만 발표했다.

10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사정위 세대간상생위원회(위원장 박영범)는 지난 8일 정년 60세 의무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익위원 권고안을 채택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경영계가,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동계가 반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공익위원들이 임금피크제를 전제한 정년 60세 의무화를 권고안으로 제시해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는 그러나 권고안에서 시행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정년연장이나 정년 60세 의무화는 인구 고령화와 생산인력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일자리를 통한 복지라는 측면에서 장년·고령자의 고용연장은 중요한 관심사였다.

지난해 8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년을 60세로 의무화(연장)하는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와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도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반전됐다. 인수위는 박근혜 정부 말인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기업규모별로 정년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에서 '정년 60세 법제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국정과제에서는 이러한 문구를 제외했다. 대신 '고용지원금제도 개편 등을 통한 자율적 정년연장 유도'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정위 세대간상생위원회의 핵심 의제가 청년과 장년·고령자 고용문제였는데, 청년고용은 합의했고 장년·고령자는 권고안 채택에 그쳤다"며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국정과제에서 빠졌듯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기업과 재벌의 입김이 커진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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