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회사 재산을 빼돌려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해 거리로 내몬 전 대우자동차판매 경영진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에 구속기소된 경영진은 대기업 공동대표이사로 군림하면서 여직원을 성희롱하고 회사자금을 사금고처럼 사용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며 "대기업 경영인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감시장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인천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병현)는 대우자판 보유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차액을 빼돌리고 각종 자금을 횡령한 박아무개(60) 전 대표와 이아무개(55) 전 총괄사장을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도 놀란 '비리 종합선물세트'=93년 대우차에서 분리된 대우자판은 버스를 비롯한 자동차판매로 연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견실한 회사였다. 그런데 2000년부터 경영진이 무리한 사업확장에 나서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경영진은 거래가 투명한 자동차판매부문을 소홀히 하고 비자금 마련이 용이한 건설부문에 묻지마 식 투자를 확대했다. 심지어 2009년에는 한국지엠에 지급해야 할 차량 판매대금까지 끌어다 골프장 건설사업에 쏟아붓는 바람에 판매영업권마저 빼앗겼다. 대우자판은 결국 2010년 4월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자일자동차판매(자동차판매)·대우산업개발(건설)·대우송도개발(잔존법인) 등 3개 회사로 분할된 상태다.

검찰은 "이 전 총괄사장과 박 전 대표는 대우그룹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대우차판매 임원 자리에 오른 후 그룹이 해체되자 '주인 없는 회사'라는 허점을 노렸다"며 "이들은 회사자산을 사금고처럼 쓰고 부도 위기를 맞은 회사 자산을 빼돌리거나, 심지어 회사를 가로채려 시도하는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2009년 회사가 자금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자산매각 명목으로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89억원짜리 대전센터를 50억원에 팔도록 직원에게 지시, 39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회사가 보유한 29억원의 골프장 회원권을 유령회사에 매각해 14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총괄사장은 2007년 11월 자신의 여비서를 성희롱하고 남편이 찾아와 항의하자 회사자금 3억원을 주고 무마한 뒤 마라톤 선수 스카우트 비용으로 지출한 것처럼 꾸몄다. 이 전 총괄사장은 회사소유 주식(29억원)과 아파트(12억원)를 개인채무 담보로 제공하고, 회사가 받아야 할 공사대금(20억원)을 자신의 채권자에게 양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영위기를 이용해 회사를 가로채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 총괄사장은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매입을 강요해 회사지분을 분산시킨 뒤 개인명의 주식을 확보해 1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이 전 총괄사장이 회사를 가로채려 했으나 뜻하지 않게 금융위기가 닥쳐 주가가 폭락해 회사는 붕괴하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246명 정리해고, 3년째 외로운 투쟁=이번 수사는 금속노조 대우자판지회(지회장 변성민)가 전 경영진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 경영진의 범죄행각을 밝혀냈다. 검찰은 "경영진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이익이 240억원에 달한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돼 4천여명의 직원 중 2천500명이 거리로 내몰리고 246명은 정리해고됐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비리가 정리해고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변성민 지회장은 “늦었지만 노조의 주장이 진실로 밝혀지고 경영진이 법정구속돼 다행”이라며 “경영계 인사들이 구속 후 보석으로 풀려나는 일이 많은데 검찰이 수사를 확대해 보다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변 지회장 등 180명의 조합원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3년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를 부도로 이끈 경영진의 비리에도 불구하고 1·2심 재판부는 "정리해고 요건을 갖췄으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지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자동차판매부문을 인수한 영안모자측과 고용승계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승계규모와 노동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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