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매년 지급되는 임금의 수준은 낮더라도 고용기간을 1년 연장하는 것이 금융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생애효용을 제공하고, 은행 입장에서는 정년퇴직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현 숭실대 교수(경영학부)는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정년연장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금융노조와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금융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금융 노동자가 만55세 되는 시점부터 5년(70%·60%·40%·40%·30%) 동안 기본연봉의 240%를 나눠 받는 한 시중은행 사례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은행의 정년은 58세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정년퇴직과 비교해 생애효용이 작고 퇴직금과 급여도 적어 제도유인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재산이 2억원이고 연소득이 1억원인 해당 은행 A부장을 설정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임금피크제를 통한 생애효용 지수는 65.64로 정년퇴직(66.61)보다 낮았다.

A부장이 정년퇴직할 경우 은행은 8년간 8억5천3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반면 임금피크제를 할 경우 7억300만원으로 줄었다.

이 교수는 “해당 임금피크제는 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정년퇴직제도보다 낮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퇴직 유형”이라며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보다 정년퇴직을 선호해 근로자와 은행 간 선호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계약을 1년 연장해 6년 동안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가 6년(60%·60%·60%·50%·50%·50%) 동안 임금피크제를 가정해 측정한 A부장의 생애효용은 67.43으로 정년퇴직보다 높았다. 반면 은행의 비용은 8억4천900만으로 정년퇴직보다 낮아졌다.

이 교수는 “은행 입장에서 조금 낮거나 유사한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고 임금피크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생애효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근로자와 사용자가 한발작씩 물러나 협상할 여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지부위원장들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 정년보장부터"

5일 정년연장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금융노조 산하 시중은행지부 위원장들은 현재 여러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이어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무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병권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현행 임금피크제하에서는 이를 선택한 직원들을 은행이 한물간 노인네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며 “보직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고서는 곧 도래할 제2차 전후 세대를 수용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은행에서 연체관리나 마케팅 등 단순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자체가 노조의 양보인 만큼 은행이 직원역량 개발과 임금피크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유주선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대부분의 은행이 단체협약상으로 정년을 보장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것”이라며 “사측이 절감한 비용으로 직원들의 역량강화에 나선다면 기업 생산성 향상과 중장년층 직무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현재 150명에서 200명 정도가 임금피크제를 신청하고 있는데 사실상 은행이 제대로 된 직무를 주지 않아 용도폐기된 퇴물처럼 지낸다”며 “은행 내 직무개발과 함께 은행과 연관된 장례·여행업 등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마련하는 데 은행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반강제적인 명예퇴직과 후선역 제도 등으로 은행원들이 쫓겨나듯이 은행을 그만둔다”며 “임금피크제나 정년연장에 앞서 정년보장을 위한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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