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7개월 만에 일터로 복귀한 쌍용차 무급휴직자들이 5일 아침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축하 인사를 나온 김득중(사진 왼쪽)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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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공장 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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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잠을 못 잤어요. 3년7개월 만에 출근한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5일 오전 7시30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만난 무급휴직자 이성호(50)씨는 사뭇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씨는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더 괴로웠던 건 낙오자라는 손가락질이었다”며 “비록 4년 가까이 쉬었지만 20년간 해 온 일인 만큼 잘 적응하리라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날 이씨를 비롯한 454명의 무급휴직자와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12명의 징계해고자, 23명의 정직자 등 490여명이 출근길에 나섰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은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공장 정문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첫 출근 인증샷’을 찍는 무급휴직자의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그동안 고생 많았다”, “먼저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포옹하는 해고자와 복귀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급휴직자 정경호(44)씨는 “2009년 무급휴직을 하고 1년 뒤에는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4년이나 걸려 착잡하다”며 “고생했던 해고자들과 함께 공장에서 일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창근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은 "무급휴직자들은 지갑 줍듯이 공장복귀를 하는 게 아니다"며 "견디고 버틴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급휴직자들의 복귀로 갈등과 대립의 공장에서 화합과 단결의 공장으로 탈바꿈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던 노동자들도 오랜만에 출근하는 무급휴직자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조립1팀에 근무하는 이희남(37)씨는 “무급휴직자도 우리 직원이니까 복직이 아니라 복귀라고 하는 게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이익구조가 안 되다 보니 공장 안 직원들은 무급휴직자 복귀를 환영하지 못하고 부담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난 4년간 쌍용차에 변화가 컸던 만큼 적응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직원들과 융합하는 게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복귀자들을 따뜻하게 맞아 달라”고 당부했다. 지부는 이날 '무급휴직자 복귀를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번 복귀는 갈등과 반목을 종식시키고, 노동자 사이의 관계회복과 인간다운 공장을 만드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며 “회사는 무급휴직자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버리고,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490여명의 복귀자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회사 식당에 모여 회사의 전반적인 변화와 단체협약 규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작업복과 안전화를 지급받았다.

쌍용차는 앞으로 8주간 공장 복귀와 관련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무급휴직자들이 업무에 투입되는 시점은 다음달 하순 이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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