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을 치료·연구하는 국내 유일 공익재단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폐업 위기에 놓였다. 센터는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 중 자의에 따른 입원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개방병동으로 환자들과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외면으로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분회(분회장 정철)와 참여연대·한국중독전문가협회 등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26일 오전 서울 안국동 복지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다. 이들 단체는 "복지부의 복지부동으로 센터가 죽어간다"며 "센터가 문 닫지 않도록 공익적인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게 복지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센터는 주류·주정회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출연한 재원으로 지난 2000년 설립됐다. 국세청 주도로 센터가 설립된 후 센터 이사장 등 임원은 국세청 퇴직관료가 도맡아 왔다. 운영비는 주류산업협회의 출연금으로 마련했다. 주류산업협회장 역시 센터 임원을 역임해 센터가 주류업계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분회에 따르면 센터는 재정난으로 다음달에 문을 닫아야 한다. 주류산업협회 지원이 2011년부터 중단됐기 때문이다. 건강증진세를 술에 붙이는 입법안이 대두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주류업계가 나서서 센터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류산업협회는 "센터사업이 적자를 내 치료에서 예방으로 사업을 바꾸기 위해 센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돈을 벌려고 만든 기관이 아닌 만큼 주류업계는 출연금을 빌미로 사업에 관여해서 안 된다"며 "이 같은 파행은 주무관청인 복지부의 책임 방기로 증폭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익재단이 사업을 수행하도록 지도할 의무가 있는 복지부가 센터의 이사장 궐위상태가 1년이 넘고, 재원고갈로 환자들이 거리로 내몰려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2011년 센터 감사결과 특수관계이사 정원을 초과한 2인에 대해 시정지시를 해놓고도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주류업계는 약속을 지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복지부는 센터의 안정적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주류업계 매출은 2005년 6조5천억원에서 2011년 7조200억원 가량으로 7%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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