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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법인카드 이야기
장종오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중략)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이렇게 극단적인 시대묘사로 시작한다. 비교의 대상은 '미녀 왕비'와 '미녀 아닌 왕비'로 구별되던 프랑스와 영국이 아니다. 최고와 믿음과 빛, 최악과 의심과 어둠, 세계가 그렇게 양분돼 있다는 점에서 런던과 파리는 다르지 않았다.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 든다. 같은 감사국의 감사를 받은 사장과 사원의 '두 법인카드 이야기'를 겪으면서 위 문장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장은 최고였다. 수천만원 상당의 상품권 및 귀금속 등을 회사의 법인카드로 구입했다. 특정한 장소의 음식점 이용이 집중적으로 나타났고, 명절 혹은 휴일에 언뜻 상상하기 힘든 곳에서도 결제가 됐다.

사장에게는 믿음의 세기였다. 회사 감사국은 "(사장의) 기억의 한계로 포괄적으로 소명한 경우 사실관계에 한계가 있었으나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회사 업무와 관련하여 광범위한 활동을 하는 사장의 고유업무 스타일, 업무성향 등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줬을 때부터는, 이미 경찰에 접수된 횡령 고발장에 적혀 있는 피고발인 이름에 평범한 경찰관으로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빛이 반짝반짝하기 시작했다.

사원에게는 최악이었다고 해 두자. 해고를 당한 50대 근로자가 운전대를 잡은 채 자녀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옆 좌석에서 말 없이 보기도 했으니, 최악임에 틀림없다. 위 회사의 똑같은 감사국은 지방계열사를 감사하면서 총평에서부터 "상당수 휴일 사용"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었다. 과연 앞의 믿음과는 다른, 의심의 세기였다.

그래서 휴일에는 단 하루도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사원이 상급자들과 허락을 받아 회사에 근무하는 파견근로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간담회를 갖고 함께 노래방을 가는 데 사용한 7만5천원이, 회사 경비지출에 한한다는 법인카드 운영내규를 위반해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유흥을 즐긴 행위'로 징계사유가 됐다. 이런 일은 회사일이 아니므로 상급자의 허락도 내규 위반이라는 논리였다. 지금껏 회사에서 표창만 받아 왔던 그 상급자의 해고사유에는 '법인카드 포인트 27만원 상당을 부서의 경비로 임의 사용했다'는 건도 있었으나, 왜 27만원인지 사용내역조차 회사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어쩌면 '공영○○'라고 불리는 이 회사에서 사장의 어떤 정책에 반하는 태도로 노동조합과 친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 순간부터, 그들에겐 이미 짙은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법은 사장과 사원을 가리지 않는다. 대법원도 "임직원이"라고 횡령의 주어를 적은 후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되더라도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과다하게 지출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라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회사의 감사에서 사장과 사원을 가려 한쪽은 최고·믿음·빛의, 다른 쪽은 최악·의심·어둠의 세계에 둔다면, 사원은 석연치 않은 자잘한 법인카드 사용에 의해 징계·해고되기도 하고 암담한 터널을 변호사인 소송대리인과 법원만 바라보며 헤쳐 나가야 한다. 사정이 훨씬 의심스러운 사장은 간단히 회사를 위해 썼다고 말하면 될 일인데도 말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공영○○인 이 회사의 사장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의견입니다"했다는 언론보도에, 많은 직장인들은 사장의 이름을 딴 '○○○법인카드사용 법(law)'을 엄청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그 사용법대로 했다간 법의 심판을 받을 일이지만, 당장은 그랬을 것이다.

감사는 공정한 감시여야 한다. 사장을 감독하는 이사회를 두고 이사들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회사의 감사조차 '법 앞에 평등'을 상식으로 받들지 못한다면, 일반기업의 감사는 어떻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누군들 회사의 감사를 공정한 감시라 하겠는가. 징계사유를 찾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향해 쏘는 대포라고 부르지. 대포 맞은 노동자와 함께 법원을 드나드는 변호사는 "법이 정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법인카드 한 장을 회사가 감사할 때부터 정의로움이 깃들어야 한다, 우린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법정 밖을 향해 소리 내어 본다.

장종오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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