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방하남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용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얘기했다.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한국의 고용률은 5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용률 69.6%보다 한참 낮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고용정책의 핵심에 기업지원 정책을 뒀다. 법인세를 낮추고, 다양한 기업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고용률을 높이지 못했다. 2007년 59.8%였던 고용률은 올해 1월 현재 57.4%로 하락했다.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성장을 중심에 둔 고용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공급중심 경제학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경제관점에 대해 세계적 경제학자인 크루그만은 어떤 근거도 없는 경제학적 미신에 가깝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 역시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당선자가 내세운 고용정책은 정보통신산업의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육성(스마트 뉴딜)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대중 정부는 IT벤처 육성사업에 수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는 2001년 벤처거품 붕괴로 끝났다. 당시 설립된 벤처기업 중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은 10%도 되지 않는다. IT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아일랜드 역시 2009년 국가부도로 그것이 거품에 다름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 역시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식의 고용정책보다 일자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것은 노조 조직률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기업들은 노조가 고용관계를 경직적으로 유지해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고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현장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노동조합이 존재해야 노동강도를 통제할 수 있고, 노동강도가 통제돼야 기업의 매출이 늘 때 고용도 늘어난다. 반대로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아무런 견제 없이 노동강도가 강화된다면 기업매출이 아무리 늘어나도 고용은 늘지 않는다.

2010년 8월 창조컨설팅 개입하에 금속노조를 와해시킨 상신브레이크를 보자. 상신브레이크는 2010년 6월 말 908억원 매출에 642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가 와해된 뒤 2012년 6월 말에는 1천160억원 매출에 639명을 고용했다. 매출이 28% 늘어나는 동안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2010년 5월 직장폐쇄와 노조탄압을 진행한 KE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EC는 2010년과 2012년 매출은 비슷했지만 종사자수는 1천3명에서 644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10년 2월에 창조컨설팅 개입으로 노조를 와해시킨 발레오만도는 극단적이다. 2009년 3천억원 매출에 892명이 일하다가 2011년에는 5천억원 매출에 787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 기업들의 매출증가에도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이 힘을 잃자 현장에서 노동강도를 엄청나게 올렸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업에서도 일반적이다. 접객업무를 보는 직종의 경우 1인당 고객수를 늘리거나, CCTV와 같은 현장 통제장비를 늘려 노동강도를 올리면 아무리 고객이 늘어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

프랑스의 뒤메닐이라는 경제학자는 80년대 유럽의 실업률이 미국의 실업률보다 빠르게 증가한 이유를 유럽의 국가들이 미국보다 자동화 설비를 늘리고 노동강도를 늘린 것에서 찾았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유럽 노동조합운동의 급속한 약화가 있었다. 노동조합이 강해서 실업률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약화되면서 노동강도가 올라간 것이 실업률 증가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방하남 장관 내정자는 겉만 번지르르한 고용정책이 아니라 현재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적 노조탄압부터 해결해야 한다. 일자리는 기업의 이윤이 늘어야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적절한 노동조건을 유지해야 기업성장과 함께 일자리가 증가한다. 노조탄압을 중단시키고 모든 노동자들이 자주적 노동조합에 가입해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 그리하여 기업의 탐욕을 적절하게 규제하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일자리 확대 정책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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