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253시간으로 지난해 기준 전 산업 상용노동자 평균(180시간)보다 73시간이나 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교통사고로 이어져 버스 노동자 1명당 연간 49만원의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노련(위원장 김주익)이 조합원 1천64명을 대상으로 ‘자동차운수근로자의 근로실태와 개선방향’을 설문조사해 17일 발표한 결과다. 연맹은 3년마다 조합원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무한정 초과근로' 가능한 버스업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지난해 월평균 노동시간은 253시간으로 2006년 267.6시간, 2009년 254.7시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길다. 이번 조사에서 버스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7시간, 월 근로일수는 21.6일,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8.3시간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3분기 전 산업 상용노동자 평균 주당 노동시간(41.5시간)이나 월 평균 노동시간(180시간)을 한참 웃돈다. 농어촌버스의 경우 월 평균 노동시간이 284시간으로 전 산업 평균보다 무려 104시간이나 길다.

버스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이 용인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특례조항 때문이다. 해당 조항에 따라 운수업종의 경우 노사합의만 있으면 무한정 초과근로가 가능한 실정이다.

버스업계의 근무제도는 1일2교대(53.4%)가 가장 많았고, 격일제(22.7%)·복격일제(2일근무 1일휴무 9.6%)·전일근무제(14.3%)가 뒤를 이었다. 1일2교대제를 실시하는 시내버스와 1일2교대제를 실시하지 않는 시외버스·고속버스·농어촌버스의 노동시간은 월평균 최대 34.2시간 차이가 났다. 연맹은 “1일2교대제로의 근무제도 개선이 노동시간 단축과 직결된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노동은 버스노동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안전운행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응답자의 81.4%가 "피곤하다"(매우피곤 37.4%·약간피곤 44%)고 답했다. 이는 각종 질환으로 이어져 근골격계질환(70.7%)·위장병(33.6%)·비뇨기질환(11.2%)·신경성질환(10.9%)·시력장애(10.9%)·고혈압(10.2%·이상 복수응답)을 초래했다. 응답자의 65.3%는 "노동시간 단축을 원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월평균 임금 292만원=연맹 소속 버스노동자들은 지난해 월 평균 292만8천원의 급여를 받았다. 전년(281만7천원)과 비교해 4% 가량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 1~3분기 전 산업 상용노동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월 평균임금은 316만2천원으로 같은 기간 5.8% 올랐다. 버스노동자들의 지난해 월평균 노동시간이 전 산업 평균보다 73시간이나 길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버스노동자들은 기본급 인상(75.3%)을 요구했다. 이어 제 수당을 기본급으로 통합하는 완전고정월급제 실시(10.8%), 상여금지급률 인상과 지급제한규정 철폐(4.3%)·호봉 간 격차 확대(4.1)를 원했다. 연맹은 “조합원들은 기본급 인상과 완전고정월급제 시행에 관심이 많았다”며 “완전고정월급제의 경우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통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인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통상임금의 범위를 둘러싼 소송이 증가하면서 일부 버스 노사가 수당과 상여금을 월임금에 통합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복수노조로 노-노 갈등 심화"=버스노동자들은 매년 평균 1회의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른 벌금과 사고비용 자기부담·교통사고 형사합의금·범칙금으로 연간 49만원의 임금손실을 겪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사울시가 최근 사고비용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시내버스업체에 경영평가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해 관심이 모아진다.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배차시간 부족(58.6%)이 꼽혔다. 개선이 시급한 교통환경 문제를 꼽으라는 질문에는(복수응답) 응답자의 74.2%가 불법 주정차 단속을, 52.6%가 버스전용차로 확대를 요구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노사가 대등하고 민주적"이라는 답변이 54.7%로 조사됐다. 소속 노조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65.4%(매우만족 21.4%·만족 43.1%)로 불만족스럽다(9.5%)는 응답보다 많았다. 복수노조가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선명성 경쟁으로 노노 간 갈등이 심화될 것"(40.2%), "사측의 개입으로 노조가 분열될 것"(26.0%)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