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자의 수면·각성장애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으면서 교대제 사업장 노동자의 수면장애 문제가 집단 산재신청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지부 조합원의 13%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지부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해 상반기 전체 조합원 수면장애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수면 질이 나쁘고 낮에 졸리고 중증 이상의 불면증을 앓고 있는 '수면장애 유소견자'가 4.4%나 됐다. 수면장애 유소견자는 아니지만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위험군으로 분류된 조합원은 9%였다.

특히 교대근무자의 수면장애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전주공장 트럭부나 울산공장 생산기술부의 수면장애 위험 및 유소견자가 5% 미만인 데 반해 울산공장 소재3부의 경우 위험 및 유소견자가 20.6%나 됐다. 교대근무자 5명 중 1명이 수면장애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지부는 이에 따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조합원과 함께 집단 산재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2011년 금속노조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조합원 2천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6%가 한 가지 이상의 수면장애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야 맞교대 노동자의 수면습관이 비교대 근무자의 수면습관보다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 교대근무자의 16.8%가 “30분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동일한 응답을 한 비교대 근무자는 6.7%에 그쳤다.

수면의 질 점수(PSQI)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교대 근무자의 77.6%는 수면의 질이 나빴다. 비교대 근무자의 경우 수면의 질이 나쁜 것으로 집계된 응답자는 59.2%였다.

현대·기아차가 다음달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는 가운데 수면장애 문제가 자동차 사업장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야간노동이나 교대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야간노동과 교대제는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2급 발암물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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