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주야 맞교대 사업장인 자동차 조립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발생한 수면·각성장애에 이어 '전신 불안장애'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지난 8일 자동차 조립공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발생한 수면·각성장애와 전신 불안장애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12월 수면·각성장애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서울고법이 이날 불안장애까지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조립공정 노동자인 장호철(38)씨는 97년 입사해 주야 맞교대 근무를 했다. 2008년께부터 불면증·불안장애 등 상병 진단을 받은 장씨는 2009년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불승인되자 2010년 3월 서울행법에 불승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교대제 근무자의 수면장애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공단은 외부 법무법인을 선임해 항소했다. 기아차 사측도 대형 로펌 2곳을 선임해 참가인 자격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서울고법은 2심 판결에서 "2008년 원고에게 발생한 수면·각성장애와 전신 불안장애는 원고가 참가인 회사에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함으로써 생체리듬이 교란된 상태에서 업무를 계속한 것으로 말미암아 원고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사한 증상이 재발했거나 그 증상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교대근무 종사자의 수면장애와 불안장애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됨에 따라 간호사 등 유사한 근무환경을 가진 업종까지 소송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이학준 변호사(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는 "주야간 교대근무로 발생한 수면장애와 불안장애가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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