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차·시간외수당과 같은 각종 법정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법원의 판례 경향에 따라 입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와 기업이 통상임금을 두고 수천억원대의 소송을 벌이는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법원은 노동부 행정해석과는 달리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근로기준법 시행령·예규를 통해 노동부가 통상임금 산정범위를 정하고 있으나 판례가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행정해석과 판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통상임금산정지침'에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명절휴가비·가족수당과 같은 복리후생적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2010년부터 상여금은 물론이고 휴가비·귀성여비·가족수당 등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결이 이어지면서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만 500억원이 넘는 등 노사 간 수천억원대의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통상임금은 수당 명칭만이 아닌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의 내용과 지급관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산업현장에서 명칭 위주로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하고 그 범위를 좁게 해석·적용하면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판례와 행정해석상의 차이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동부 행정해석의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정내용에 대해서는 "판례 경향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노사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아울러 출퇴근재해 산재인정 방안을 완결하지 못한 것을 아쉬운 정책으로 꼽으면서 "의원입법 발의가 돼 있고 정부도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있어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대성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9월 출퇴근재해 산재인정 방안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부는 빠른 입법추진을 위해 정부 법안을 별도로 제출하기보다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보완대책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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